서태지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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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the Green'프로젝트 - 서태지매니아 숲
날짜 2015-01-07
시기 9집
구분 TV/인터넷, 공연/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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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여행 좋아하시죠?"

"네, 여행 좋죠."


얼떨결에 대답해버린 게 화근이었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12월 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행 비행기 표 티켓이 내 손에 쥐어졌다. 일도 잠시 쉬고 있겠다. 브라질, 다녀오지 뭐. 근데 비행기로 서른 시간이라고? 


서태지는 대중음악 담당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아티스트였다. 상업적인 규모와 무관하게 그의 음악적 아젠다와 문화적 파급력은 끊임없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더 공부해야하고, 더 파고들고 싶게 만든 뮤지션이다. 그 까닭에 나는 그에 대한 다소 공격적인 기사를 만들기도 했다. 분명한 건 서태지가 아니었다면 쓰지 않을 기사들이었다. 서태지 팬들 사이에서 내가 '화이트' 또는 '블랙'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글/사진/영상 : 이현우 | 영상편집 : 쟈니브로스 | 구성 : 네이버 뮤직


"2년 전에 팬들이 '서태지 숲' 만든 거 아시죠? 그 옆에 똑같은 숲을 만들 계획이에요.

'서태지 매니아 숲'이라고 이름 붙이려고요. 그 과정을 담아 주시겠어요?"

"좋은데요. 그런데 왜 저죠?" 


서태지는 '서태지 매니아 숲'이 지구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설명하고,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는 '비록'이라는 곡을 나에게 들려줬다. 노래가 끝나자 그 화해의 의미와 '블랙 현우'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지만 무겁지 않게 설명했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장 냉정하게 바라보는 기자였다는 칭찬은 안자랑. 무엇보다 당시 내가 들었던 '비록'은 그가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가장 내면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목소리였다. 서태지는 이 노래를 가장 서태지다운 방법으로 들려주고 싶어 했고, 그의 속내를 알고 나니 이 엉뚱해 보이는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서태지 숲은 2012년 서태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기금을 마련, 훼손된 브라질 열대 우림에 조성한 숲의 이름이다. '서태지 숲'은 삐뚤어진 조공 문화가 판치는 우리 대중문화계에 팬과 스타의 관계가 얼마나 건강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기도 하다. '서태지 매니아 숲' 조성 계획은 'Be the Green'이라는 암호명으로 지난 3개월간 비밀리에 진행됐다.


서태지 숲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줬던 영국의 국제 환경 단체 WLT(World Land Trust)와 해당 기구의 산하 브라질 환경단체 Regua와 긴밀히 접촉하며 '서태지 매니아 숲'의 위치 및 해당 지역이 산림훼손 실태, 복원 계획 등이 논의됐다. 


최초 서태지는 '서태지 매니아 숲'을 기존 '서태지 숲' 주변에 빙 둘러 감싸 안는 형태로 계획했다. 하지만 이미 서태지 숲 주변은 충분한 산림이 조성돼, 차선책으로 가장 가깝고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장소에 새로운 숲을 조성하기로 서태지와 WLT는 최종 협약서를 맺었다. 마침내 12월 3일 'Be the Green'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서태지 매니아 숲' 현장 답사 및 첫 번째 나무 심기 미션이 내게 떨어졌다.  


서른 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브라질에서 만난 현지 환경단체 Regua 회장 니콜라스(Nicholas Locke)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대단히 감동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2년 전 '서태지 숲'이라는 이름의 숲을 실제로 만들었던 당사자인 까닭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에 올 때마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저 동양인이 누구냐고 물어봐요. 한국의 유명한 가수라고, 그 가수의 팬들이 여기에 숲을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죠. 서태지 씨가 팬들을 위해 새로운 숲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왜 저 가수에 저렇게 열광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더군요. 대단히 감동적인 일이에요." 


다음 날 찾은 서태지 숲은 니콜라스의 이야기대로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다. 손가락 만했던 묘목들은 어른 팔뚝만큼 굵어졌고, 온갖 종류의 새들과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는 생명의 보금자리가 됐다. 반면 서태지 매니아 숲이 조성될 장소는 잡초들만 가득했다. 이 황량한 땅도 2년 후에는 서태지 숲 처럼 생명력 가득한 곳이 될 것을 기원하며 묘목 하나를 심었다.


"좋은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2015년 1월 본격적으로 '서태지 매니아 숲'이 조성된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 약 5천 그루가 이곳에 심어질 예정이다. 이 지역은 조만간 구글 어스 등 지도 서비스에 '서태지 매니아 숲(Seotaiji Mania Forest)'으로 정식 등재될 예정이다. 서태지는 자신의 팬들의 이름을 지구에 새기고 기억하기로 했다. 그의 팬들이 그랬듯 말이다. 그리고 이곳은 화해와 이해의 장소로 내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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