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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One, 그 마법의 가사 (리뷰)
by 영원
조회 541 (2017.02.19)  
게재일 2015-07-15 
시기 9집 
작성자 여우 
출처 위드태지 
출처구분 팬사이트 
내용구분 가사 
분량 전체 
link http://www.withtaiji.com/v3/bbs/zboard.p...mp;no=1740 
CCL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첨부파일 20150715_위태_Take One그 마법의 가사_여우.jpg  20150715_위태_Take One그 마법의 가사_여우.txt 

20150715_위태_Take One그 마법의 가사_여우.jpg



제   목 : old_head.gif  Take One, 그 마법의 가사게재일 : 2015.07.15 (Wed) 05:29:52 PM  
 작성자 : 여우 No. 1740  추천수 : 9  조회수 : 260 

간만에 삘이 꽂혔다. 오늘은 꼭 Take One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길고 지루한 글이다. 더 재미나게 못 써서 미안. 이게 내 한계다( ")...)



이 노래는 내 인생 명곡이다. 누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Take One을 꼽을 것이다. 들을 때마다 눈물이 핑 돈다. 특히 "내가 말했잖아. 너를 데려간다고. 너의 아픔들은 이제 없을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 고통없는 세상이 너의 두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부분에서. 사실 평이하다면 평이할 가사라 이 부분이 어째서 그토록 마음을 움직이는지 궁금했었는데, 어제 런닝머신 위를 달리다 문득 떠올랐다.


뜬금없지만 잠깐 언어철학을 이야기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듯이, 말은 진술문과 수행문으로 나뉜다. 진술문은 현상을 기술하는 것. 예를 들면 "나는 서태지 팬이다." 반면 수행문은 그 말 때문에 행위가 일어나는 것. 예를 들면 "이로써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이 짧은 문장은 결혼을 성립시키는 힘을 가진다.

그런데 사실 진술문과 수행문은 흑백 가르듯 뚜렷이 구분되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일견 사실의 기술에 불과해보이는 진술문도 수행문과 동일한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서태지 팬이다" 이 문장은 맥락에 따라 "내 앞에서 서태지 까면 사살"의 협박이 될 수도 있고, "나는 서태지 팬이니까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자기 약속이 될 수도 있다. 같은 태지 팬이 듣는다면 "어, 너도 서태지 팬이구나, 친하게 지내자."가 될 수도 있겠지. 즉, 모든 말은 그 말을 입밖에 내는 순간 이미 화자와 청자에게 힘을 발휘하므로 진술문과 수행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20세기 중후반에 등장한 언어철학 이론이다.


내가 말했잖아. 너를 데려간다고. 너의 아픔들은 이제 없을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 고통없는 세상이 너의 두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진술문이다. 다시 쓰면 "나는 너를 데려갈 거라고, 너의 아픔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의 아주 평범한 진술문. 이 아무것도 아닌 말에 서태지는 놀라운 마법을 부린다.

"내가 말했잖아, 너의 아픔들은 이제 없을 거라고."

(1) 문장이 도치됨으로써 나의 말은 태초의 약속이 되었다.
(2) '-다'가 아니라 '-잖아' 어말어미 덕분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약속이 되었다.
(3) 문장이 발화되는 순간 약속은 실현된다. 노래를 듣는 이의 두 눈 앞에 고통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만약 Take One을 들으며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바로 이 말의 힘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런데 여기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말이 화자가 의도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청자가 이 말이 나에게 향하는 말임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서태지는 Take One을 듣는 청자를 어떻게 노랫속의 "너"로 몰입시킬 수 있었을까?

Take One은 좀 신기한 노래다. 일반적으로 노래 가사의 첫 소절은 주제를 그려준다. 예컨대 "옛 생각에 카페 문을 열고 지난 추억을 기억하려 했지"라든가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는 듣기만 해도 이 노래가 무엇에 관한 노래인지 감이 온다. 어떤 노래는 공간적 배경을 명확히 하기도 한다. "머나먼 저 우주 위로 종을 울리면 이 높은 산 위에 서 있는 나"처럼. 가사 속의 '나'와 '너'도 그것이 연인인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인지 팬인지, 가사의 맥락 속에서 또렷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너 관계는 청자가 자기 동일시를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인데, 서태지 팬이라면 Take Five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밤이 깊어가지만을 들을 땐 감정이입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가삿말의 '너'가 내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노래의 화자와 청자는 사실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난 네 헛점만 찾고서 못박고서 우쭐대며 내 빈틈 매꿨어"의 가사를 들으며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청자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Take One의 노래는 주제고 배경이고 아무 것도 없이 다짜고짜 "내가 말했잖아, 너를 데려간다고"로 시작한다. 가사 그 어디에도 나와 너의 관계를 지시하는 내용이 없다. 네가 누구인지, 여성/남성 인지, 학생인지, 주부인지, 돈은 많은지, 그 무엇도 상관없이, 아픔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약속만이 너와 나를 온전히 정의한다. 게다가 Maya에서 시작하여 긴장감 넘치는 침묵의 전주를 지나 기타리프의 폭발을 통해 사운드가 그려내고 있는 배경은 누가 뭐래도 광활한 우주. (숲속의 파이터 사운드에 Take One의 가사였다면...?) 정보를 지극히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이 노래는 청자를 쉽게 노랫속 '너'로 동일시하도록 만들어준다. 태초에 너와 내가 있었다.


하여, 그 누가 언제 어디서고 Take One을 들을 때면 ㅡ설령 그것이 런닝머신 위일지라도ㅡ
고통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약속을 일대일로 대면하게 되고
"날 믿어봐. 뛰어 날아봐"의 수행문을 수용하게 되며
"너의 눈 밑에 큰 바다가 춤출 거야"의 예언을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영상까지 합쳐져서 극대화되었던 것이 바로 2008 심포니의 Take One이라 하겠다. 오케스트라로 인해 그 우주가 끝없이 확장되고ㅡ 유성우가 쏟아져내리는 스크린이 갈라지며ㅡ 서태지가 "내가 말했잖아, 너를 데려간다고." 노래하던 그 순간. 나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여기에 서태지 심포니의 Take One 영상을 첨부하고 싶은데.. 나는 지금 중국이고.. 중국은 유튜브를 막아놨고.. 중국 사이트 영상을 따왔더니 엄한 데로 납치된다고 한다... 털썩. 심포니 영상은 각자 뇌내 재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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