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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 늦은 밤 쓰는 크리스말로윈 가사 해석 (리뷰)
by 영원
조회 258 (2017.06.29)  
게재일 2014-10-16 
시기 9집 
작성자 태지매냐 
출처 서태지닷컴 
출처구분 웹사이트 
내용구분 가사 
분량 전체 
link https://www.seotaiji.com/comm/freetalk/v...약/page/1 
CCL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미국 시간 늦은 밤 쓰는 크리스말로윈 가사 해석

태지매냐 lv_2.gif 2014-10-16 17:06:35 조회: 569 추천: 27




이곳 미동부 시간 새벽 1시- 하루종일 일하면서 듣다가 퇴근하고 와서 지친 몸인데도 안쓸수가 없네요.
지극히 주관적인 크리스말로윈 가사 해석입니다.

 

부제: 음원 공개된 뒤 12시간 동안 100번 정도 들으면 가사가 이렇게 들릴 수도 있다......

 

 

1. 서태지가 지난 20년간 외쳐온 것: 다들 각성하라!

 

 

일단 너무 오랫만이라(well, I'm not blaming  you taiji!!:) ) 팬들조차 가사에 감을 못잡을수도 있으므로-_- 해석 들어가기전에 지난 20년간 서태지 가사를 궤뚫는 일관적인 핵심을 먼저 복습하는 게 좋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제가 생각하는 태지 가사의 변치않는 핵심은 '각성'입니다.
1993년 '환상속에 그대가 있다'고 정신차리라고 외쳐댈때부터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연이은 앨범의 교실이데아의 주파트는 다른 게 아니라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까지 서태지 가사의 청자는 가상의 인물이나 연인들이나 딴청피는 제3자가 아닌 올곧이, 쭉, 내내, 바로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너'였습니다. 서태지는 데뷔 이후 일관되게 '너 정신 좀 똑바로 차려'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귀에다 대고 외쳐댑니다. 왜냐면 서태지가 보는 우리의 모습은 '빈듯하고' '간듯해서' 그냥 각성 정도가 아니라 '울트라같은 펀치' 수준의 각성이 필요한 상태거든요.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이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걸어 다닐 정도의 미친 세상이라고 노래한지가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리는 뽑던 사람 또 뽑고, 투표 안하고, 윗사람들의 달콤한 말을 믿고, 누군가 우리를 알아서 챙겨줄거라 믿는 '환상 속에' 살고 있거든요.
네, 5년만에 나타나도 혼자 시간을 초월한듯한 마알간 얼굴로, 내내 동화책 속에서 살다 한 달에 한 번 가임기에만 책 뚫고 나와서 임신에 성공한듯한 태지씨 눈에 우리같은 중생들이 얼마나 한심해보였겠습니까.
그래서 본인이 별장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지내던 동화책들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기 시작합니다.
요점은, "얌마, 내가 사는 동화조차 이렇게 잔혹해. 그런데 심지어 현실은 어떨것 같냐." 입니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아니나다를까, 그간 '정신 차려라' '바꿔라'를 외치던 태지는 이번엔 우리보고 '긴장하라'고 외칩니다. (아니 아무리 각성이 중요해도 그렇지, 팬들 만난지 5년만인데 노래 첫마디부터 잔소리를 쳐해대며 시작 ㅠㅠ)
이미 다른 분께서 언급하신 바 있지만 Better not cry는 Santa Claus's coming to town 가사를 교묘히 비꼰 가사입니다. 이게 왜 '비꼰' 가사인지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어쨌든 이 '마을'에 기적이 온다는 것도 Santa Claus's coming to TOWN에서 차용한 twist로 보입니다. 이 유명한 팝송 가사가 언급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걸 베풀지 너희에게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아님 말지 뭐.. 싹 다 뺏겨

 

 

여기서 순식간에 굉장히 많은 이미지가 겹칩니다. 하지만 주체별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어딘가에 앉을까 말까 조심해서 check and verify하는 팔랑거리는 나비
- TV 쇼처럼 요란하게 웃으며 정형화된 이미지로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
- 그런데 맨 마지막에 반전 내 글자... 싹.다.뺏.겨.
우리보고 '조심해 보는 게 좋다'면서 왜 굳이 다른 것도 아닌 '나비'에 비유를 했을까요? 나비는 조심성을 생각할 때 흔히들 떠올리는 생물은 결코 아니지요. 나비가 비유로 쓰일 때는 주로 두 가지입니다. 주로 비유 대상이 1) '힘이 없고 연약하거나' 2) '아름답고 화려할 때(혹은 그에 현혹될 때)'. 이 경우는 둘 다라고 보면 되겠지요. TV Show에서 값진 걸 베푸는 화려한 산타의 외양에 현혹될만큼 연약한 멘탈과 줏대를 가진 우리입니다. 그 결과는.... 오늘 딱 하루의 꿈마냥 얻었던 걸 싹.다.뺏.기게 되지요. 호접몽, 한낱 낮잠에 장자의 꿈을 꾼 나비 (혹은 나비의 꿈을 꾼 장자)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한낱 꿈에 부풀었다가 싹 다 빼앗기고 난 뒤, 얼마나 허무하고 슬플까요. 속아서 풍선을 놓친 아이처럼 하염없이 길에 서서 울고 말겠죠. 이를 본 태지는 문득 '니가 왜 속은 줄 알아?'하며 '아주 오래 전.....'으로 시작되는 동화를 들려줍니다. 네, 할로윈의 대표적인 동화, 'Jack O' Lantern' 이야기이지요.

 

 

 


2. 모든 절대의 경계를 허물고 뒤섞어버리다 - 아무 것도 믿지 마!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여기서 애꿎은 마녀 및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에 대해 현 정치적 관점의 해석도 분분한걸로 아는데,

사실 가사 해석에 뭐가 틀리다 맞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태지 가사가 은유가 많고 언뜻 산만해보여도

그 메시지가 늘 대중에게 강렬하게 전달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 수많은 conflicted image들이 적어도 해당 가사 속에서는 모자이크처럼 신기하게 조합되어

다 듣고 나면 마치 매직아이처럼 한 가지 이미지가 온전히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이걸 만들어내는 게 결국 태지의 또 다른 재능이기도 하지요. 편집광적으로 빼곡히 조율된 그의 음악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도 결국 제목인 크리스마스 혹은 할로윈 이야기 맥락에서 보는 게 가장 적절하게 보여집니다.

미국 문화에 살고 있어 그런지 몰라도, 제가 저 문장을 보고 할로윈을 연상한 제일 먼저 떠오른 건 Stingy Jack (짠돌이 잭)이었습니다. 할로윈날 집집마다 호박 속을 긁어 안에 초나 전등을 넣고 괴기스러운 얼굴 모양을 새겨 현관 앞에 두는 게 이 곳 풍습이거든요. 그걸 잭오랜턴이라고 부릅니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이 전해집니다. 짠돌이 잭은 돈은 쓰기 싫으면서 술은 엄청 좋아했는데, 어느 날 악마와 함께 대작을 하게 됩니다. (와인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둘이 거나하게 마시고 나서 돈을 내기 싫어진 잭은 악마에게 술값을 내게 하려고 동전으로 변신하는건 어떠냐며 꾀게 됩니다. 악마가 순진하게 동전으로 변신하자마자 잭은 잽싸게 그걸 주워 주머니에 넣고 십자가 자물쇠를 답니다. 어이없게 포획당한 악마가 꺼내달라고 하자, 1년동안 자기를 괴롭히지 않으면 꺼내주겠다고 하고 풀어줍니다. 하지만 1년이 되기 전에 다시 찾아온 악마에게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내려오면 영혼을 팔겠다고 짐짓 쉬운 주문을 한 뒤, 악마가 사과나무에 올라가자 나무둥지에 십자가로 말뚝을 박아 못내려오게 만들어서 또 10년을 얻어냅니다 (난 놈입니다 그려. 다만 아일랜드에서 기원한 전설이므로 이야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잭은 악마를 legit하지만 - 모든 게 약속과 동의 하에 이루어졌죠 - tricky way로 속여서 - 십자가 안쓴다는 말 없었잖아! - 악마와 상관없이 제 명대로 살다가 죽습니다-_- 물론 잭오랜턴 이야기는 잭이 죽은 뒤에 이를 용서치 못한 악마가 지옥에도 안받아주고, 당연히 천국에도 못간 잭의 영혼이 이승을 떠돌다가 악마에게 사정사정하여 겨우 호박 속에서야 안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면, 왜 악마라고 안하고 마녀라고 했을까요? 그건 조금이라도 서태지의 팬이었거나 흑역사 ㅠㅠ를 아는 분들이면 나라도 악마라는 단어를 가사에 안넣겠다고 하실겁니다. 너무 obvious한 스토리라 더 자세한 이유는 생략.... 그나마 악마와 의미는 가장 비슷하면서 음악 혹은 메시지 외적으로 덜 공격받을 수 있는 단어가 마녀였을겁니다. 그리고 저 정도 스토리면 마녀 앞에 '애꿎은' 들어가도 천부당 만부당하지 않나요? 악의 존재에게 동정심을 느낀 건 잭오랜턴 이야기가 처음..... ㅠㅠ 이 이야기에서는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착한 놈이지요? (아니 악마는 자신의 몸을 변신해서라도 자기 술값은 자기가 내려 했다니!) 태지는 이렇게 너무나 당연했던 선과 악조차 자신의 음악 속에서 마구 뒤흔들어 섞어놓고 혼동하게 만듭니다. 아참, 1년 중 가장 으스스한 날인 할로윈 스토리 속에서 마시는 술이 1년 중 가장 밝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와인이라니 bright side와 dark side의 경계도 마구 흐트러버리는군요. 말그대로 크리스말로윈입니다.

하지만 위 문단은 말그대로 구현된 오묘하게 일그러진 이미지를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여기서 태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명색이 악마가 일개 술주정뱅이 인간인 잭에게 한번 속고, 두번 속을 줄 설마 알았을라고요. 기록에 따르면 "Stingy Jack invited the Devil to have a drink with him"이라던데 아마도 악마는 잭에게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을 얻어마시는 줄 알고 - 네, 여기서 술이 왜 하필 '새빨간'이겠습니까. 성경에 나오는 새빨간 사과처럼 탐욕의 상징이겠지요. 여기서 아이러니한 건 악마가 인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  기분 좋게 한잔 했겠지요. 긴장 안하고 말이지요.
아 근데, 여기까지 오면 어디서 많이 본 상황 아닙니까? TV 쇼에 나오는 배불뚝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준다고 해서 긴장 안하고 팔락- 내려앉았다가 호되게 싹 다 뺏긴 나비 말이지요. 네,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애매한 나비 이야기에서부터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잭오랜턴 이야기까지- 결국 이 세상에 아무것도 절대적인 게 없습니다. 인간이 악마를 속이고, 산타가 거짓말을 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 문장에 나와있지요. 눈에 보이는 그 어떤 절대적이어 보이는 사실도 게으르게 그냥 따라가거나 믿지 말고 긴.장.할.것.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자! Trick or Treat!

 

 

이제 비밀이 모두 풀렸으니 (당할만큼 다 당했으니;;;) 대놓고 놀려대기 시작하지요? 애초부터 뭘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니? 너 아직도 산타를 믿었니? 그리고 나서 제가 개인적으로 이 가사에서 가장 무섭다고 생각되는 한 마디를 던집니다. "Trick or Treat!"

 

 

 

3. 가장 무서운 한마디 "Trick or Treat!"

 

 

 

결국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접점은 바로 이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Trick or Treat!
사탕을 주지 않으면 혼내줄거야- 라고 전설에 따라 귀신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하라고 누가 가르쳤을까요? 바로 어른들입니다.
그런데 이 conditional한 말의 구조가 어디서 많이 본듯하지 않나요?
가사 속 크리스마스 구절의 twist를 담당하고 있는 Santa Claus's coming to town의 가사가 이렇지요.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사실 저 위에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가사는 "You better watch out...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직역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 팝송가사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의 전체 가사를 다 보는 게 결코 오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여러 문장에 거쳐 즐겁게 노래하지만, 결국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너 말 안들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줘!"
여기서 산타는
He's making a list
He's checking it twice
He's gonna find out
Who's naughty or nice
리스트를 만들어 누가 잘했나 못했나 평점을 매겨 두번씩 체크하고,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심지어 잠잘 때도 일어날 때도 감시하고 있는 (ㅎㄷㄷㄷㄷ), 절대권력의 어마무시한 존재입니다.
즉, 평소에도 아이들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산타라는 존재를 만들어내서 그가 전지전능함을 으름장 놓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선물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게 바로 Santa Claus's coming to town의 가사였던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제까지 이 노래를 듣고 오히려 고분고분 '선물 받으려면 엄마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쁜 짓 저지른 뒤에 산타 할아버지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했던 내 자신의 반항심 결핍이 놀라울 지경에 이릅니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이 어찌 그리 한치도 자신을 '감시'하고 어른들 뜻대로 '컨트롤'함으로서 일년에 한 번 성탄절에 선물로서 '보상' 받는 시스템에 대해 반발하지 않을 수가 있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부모님께 반항하고 선생님께 대드는 수준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하지만 그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산타'라고 생각하면 미스테리가 풀립니다. 내가 곁에서 볼 수 있는 존재인 부모님은 현실적이기 때문에 반항도 하고 의심도 하지만, 산타는 본적도 없고 절대적인 존재로 들었기 때문에 차마 이러한 감시 시스템 또한 자신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evaluation에 따른 reward가 부당하다는 생각이나 이에 대항할 정신조차 들지 않는겁니다. (굳이 한 반항이라면, 성탄절 밤에 잠 안자고 산타 오는 거 보겠다고 기다리는거 정도?) 아 물론 일곱살 때는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없었겠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라도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게 이상하다는겁니다. 그러니 같은 덫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대로 사용하여 컨트롤하고 있지요!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꿈깨)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바로 그걸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의심조차 안하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똑같이 아이를 속이는 산타가 되어 있지요. 그는 기름진 뱃살을 가진 어른입니다. 과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매년 할로윈에서 자기도 모르게 연습을 하며 자랐습니다. "Trick or Treat!" - 비록 아무 의미없이 장난으로 몰려다니며 하는거겠지만, 사탕을 주지 않으면 해를 끼치겠다는 이 할로윈 대표어구는,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선물을 주지 않겠다는 성탄절 대표어구와 그 conditional한 문장구조가 소름끼칠만치 닮아 있습니다. 아까 그 팝송가사로 돌아가서, 산타가 24시간 체크하고 있다는 가사 뒤에 이어지는 가사를 볼까요?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결국 결론은 So be good 이네요. (말 잘 들어라)

Trick or Treat!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테다!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귀신들의 영혼을 빌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외침은, 그저 놀이로만 보기에는 말 잘 듣지 않으면 선물 안줄테다! 하는 어른들의 세계의 영악함과 이미 맞닿아 있습니다. 이들이 (아이들이, 혹은 그들이 자라서 된 어른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건 단 하나지요.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내가 원하는 걸 해줘)"

 

 

 

4. So be good!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위에서 한 해석은 바로 이 단락에서 더욱 힘을 얻습니다.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결국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한가지인 이유이지요.
정치인들이 (정책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겁도 주고 선물도 주는 이유는 온정을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한 가지 때문이지요. 바로...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내가 원하는 걸 해줘)!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익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결국 이 악순환을 못벗어나는 건 안락함과 달콤함에 도취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태지는 자꾸 외칩니다. 똑바로 정신 차리고 쳐다보라고. 다들 긴장하라고.
그런데 태지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클리어하게 볼 수 있었냐고요?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밑에 친절하게 그 리스트가 산타가 24시간 체킹하고 있다는 그 무시무시한 사찰(?) 리스트인 걸 설명해주네요.
태지는 말을 잘 안들어서 (불순한 스펙)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 되었나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 단 리스트에서 제외되고 나면 비로소 안락함이고 달콤함이고 상관없이 (채점표에 내 이름이 있어야 선물을 받던지 말던지 하지, 아예 이름조차 없으면 연말에 선물은 100% 없는거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것이죠.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 Trick or Treat이 이 가사에서 가장 무서운 문장이라면,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는 이 가사에서 가장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곡 전체에서 시종일관 놀리고 비웃고 섭섭할 정도로 냉정하던 태지가 마지막에 눈을 찡긋하며 살짝 나갈 길을 찾아 반쯤 문 열어주는 기분이랄까요? '음... 니가 어떻게 할지는 일단 정신 차리고 생각하고.... 참고로 나는 이렇게 빠져나왔어' 하고 맨 마지막에 한마디 던지고 삑뽁거리는 아기 운동화를 신고 문 밖으로 달려나가 사라지는 태지 (삑뽁삑뽁!)
결국 누가 됐던간에 속이려는 자의 뻔한 타겟이 되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말도 안되는 호의 덥썩 받아들이지 말고 (선심 공약과 진짜 공약을 구분 못하면 안되지요), 그것에 노예가 되어 묶이는 순간 산타의 체크 리스트에 내 이름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원래 그런거니까요.

 

 

 

 

5. 글을 마치며

 

 

글이 생각보다 용두사미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동부시간 지금 새벽 3시가 넘었고 4시간 뒤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아.... 노동자의 삶이여....)
선과 악이 섞이고 현실과 꿈이 애매하고 아이와 어른이 비슷한 이 크리스말로윈의 세계에서 '그래, 아무것도 믿지 말아야지. 긴장하고 살아야지' 하며 독한 맘 먹고 문을 닫고 나설 때.... 아이러니하게 잘가라고 인사해주는 건 서태지 목소리가 아니라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입니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모질게 놀려대고, 이죽거리고, 비웃고, 마지막에 '난 이렇게 빠져나왔거든' 하고 어깨 으쓱하던 태지가 문을 닫지 않고, 왠 어린 여자아이가 나와 반쯤 닫힌 문 사이로 빼꼼히 보며 배웅합니다.
영화 괴물이 마지막에 괴물 위 속에서 토해내게 하여 살린 꼬마아이가 희망을 의미한다고 하던가요?
같은 구절이라도 태지가 맨 처음에 특유의 이죽거리고 야무지게 씹어대는 창법으로 부른 것과 어린 여자아이가 가냘프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른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긴장은 하되, 울지 말라고. 여기서 울지 말라는 건 화자가 '모든 걸 알고 있는' 크리스말로의 태지에서 순진한 어린 여자아이로 바뀌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울지 말라는 뜻일겁니다. 그리고 곡의 마지막은 이제까지의 모든 조롱과 혼동과는 어울리지도, 믿기지도 않게 그 꼬마 여자아이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기적'이 오기를 바란다고 빌며 끝맺습니다.

 

태지가 보는 이 '마을'은 곡 내내 이죽거렸던 강도만큼이나 답답하지만, 그래도 어린 아이의 입을 빌어서라도 간절히 간절히 희망과 기적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P.S.1. 개인적으로 '환상속의 그대 20년 뒤 속편' 이라 할 수 있는, 그 레거시를 이을만한 유일한 가사인듯. (그만큼 명곡)
P.S.2. 혹시 이 글을 여러 사람이 보게될지도 모르니 - 응답하라 강명석 (요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이런 식으로 지명하는 게 유행이던데)........ 명석씨 이 곡 리뷰 언제 쓸거요? :)

 

 

written by din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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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관련 드리는 말씀))

작성자분께 ,,

허락없이 올린 점 죄송합니다.

팬들과 함께 나누고 기록하면 좋을 리뷰 같아서 선게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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