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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후계자론 part2 : post T - 2 - 서태지의 약점 (기타)
by 롤롤
조회 8 (2019.05.13)  
게재일 2014-10-31 
시기 9집 
작성자 프리즘, controversy,ㅇㅇ(195.80) 
출처 디시 서태지 갤러리 
출처구분  
내용구분 대중문화, 음악, 인물탐구 
분량 전체 
link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no=291916 
CCL  

3.서태지의 약점


1) 앨범에 갇힌 에너지와 아우라


아티스트/밴드 자체를 예술품으로 본다면 앨범은 그것을 구성하는 일부에 그친다.(영혼과 같은 수준의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서태지는 이 점에서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다.(세계수준의 밴드나 아티스트와 비교할 때.)

단연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전무후무한 좋은 합에 독창성과 파격성까지 가진 가공할만한 작/편곡력에 

통찰력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시를 능가할 수준의 가사로 무장한 최고수준의 곡, 전세계 어디 내놔도 당당할 그의 곡들.


그런데 이런 관점으로 보자. 아티스트의 곡은 결국 아티스트가 가지고 놀 '재료'이다.  이게 고전음악과 현대 대중음악의 중요한 차이이기도 하다.(또한 락과 여타 다른 팝음악과의 주목할만한 차이이기도 하다.)  특히 락 아티스트의 곡들은 [라이브]를 전제한다.


여기까지 밑밥을 깔고 이야기를 계속 해본다면,

나는 (놀랍게도) 서태지의 팬은 아니다.  7집이 되서야 겨우 그를 인정하게 되었고 팬이 될 마음이 있었고 8집때 그의 게릴라 공연을 보고 뭔가 이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느껴서 팬이 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으로만 본다면 난 서태지의 5집,6집,7집,8집,9집은 콜드플레이나 뮤즈급의 작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일 서태지가 소설가였고 그의 소설이 앨범 수준의 퀄리티였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레벨은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고 본다.(무라카미 하루키가 워낙 흔하게 회자되어서 뭔가 20대초 낭만적인 여성들 허세용 소설이나 쓰는 작가처럼 중량이 떨어지게 느끼는 분들이 있겠지만 깊이나 기술이나 통찰력에서 이미 세계적인 작가 반열이다.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만일 서태지가 축구선수였고 그의 플레이가 그의 앨범 수준이었다면 진짜 과장 전혀 없이 반 페르시나 벤제마 급이다. 박지성보다 까마득히 위에 있는 급이다. 호날두나 메시는 어렵다. 그들은 너바나나 펄잼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좀 본 분들이면 알 것이다.축구를 해보신 분이면 훨씬 더 잘 알것이다.  반 페르시나 벤제마 정도가 어떤 레벨인지.  


앨범으로만 본다면. 그의 곡으로만 본다면.        


그러나 그의 에너지나 아우라는 앨범에 갇혀있다. '앨범에 갇혀 있다'는 것은 결국 라이브에서 뮤비에서 방송 등에서 그 곡이 가진 파괴력이나 아우라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느끼는 나조차도 이 명제에 혼란이 온다. 현재 대한민국에 서태지와 그 밴드만큼 라이브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디건 뭐건 전체 다 통털어서. 하지만 나는 결국 이렇게 느끼고 만다. [?!! 왜 이런 죽여주는 곡을 가지고 이렇게밖에 못놀아??]라고.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는 내가 날 분석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계속 고찰해 보겠다.


2)-1 휴먼드림

8집의 휴먼드림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서태지에게 진심으로 항복했다.  이건 드디어 스매싱 펌킨스를 뛰어넘은 곡이라고 진심으로 느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펌킨스가 1979로 독창적이고도 로맨틱한 락 정서를 표현한 문법(적당한 속도감의 드럼 트랙,메이저 기반의 생톤 스트롴 기타,로맨틱하지만 너무 달지 않은 멜로디, 펑크적 문법이지만 팝적 감성이고 팝적 감성이지만 결코 팝이 아닌 락인)을 드디어 완성시킨 이후로  전 세계 록/아티스트 씬에서는 그 정서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작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움직임들이 있었다.  존 메이어의 노 서치 띵이 그 좋은 예이다.  고고 리듬에서 마지막 박의 킥을 싱코페이션으로 당겨주는 전형적인 1979스러운 리듬과 7M(메이져 세븐)의 느낌이 감도는 달달한 멜로디와 화성. 이는 오아시스의 I Hope, I Think, I Know같은 곡에서도 발견되는 문법이며 콜드플레이의 허츠 라이크 헤븐을 위시한 많은 곡들에서도 사용된 문법이다.

즉 장르화 될 정도의 센세이션이 있기에는 이미 U2등이 사용하던 문법이고 모던락이라는 장르의 대표적인 표현방법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1979를 능가하는 곡을 쓰려고 (마치 U2의 문법을 가지고 그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한 1979나 perfect라는 곡을 빌리 코건이 썼듯이) 시도해왔다고 나는 감지하고 있어왔다.  거기에 분명 서태지도 뛰어든?것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 맥락속의 관점에서 휴먼드림은 가사부터 편곡 그리고 펌킨스만이 표현 가능한 정서라고 느꼈던  독특한 애절함X로맨틱함X행복감을 성취한 멜로디와 화성에 오히려 펌킨스보다 훨씬 더 정교한 편곡까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서태지는 이 곡으로 스매싱 펌킨스를 '졸업'했다고 나는 느낀다.


칩튠으로 표현한 인트로나 애절한 정서를 로봇의 관점에서 해석한 독창적인 세계관과 가사, 1979의 따스한 감성까지 완벽히 재현한 편곡. 그런데 무대는 어땠는가?  이건 슬픈 곡이다.  분명 신나지만 슬픈곡이다. 그게 이 곡의 매력이다. 자신이 쓴 곡이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의 퍼포먼스였다.  신나지만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픈 퍼포먼스였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산'으로 갔다. 뮤비는 나름대로 곡의 세계관과 정서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산'으로 갔다.


서태지의 약점이 얼핏 보이는 순간이다.  단순히 '휴먼드림은 무대가 이상해.'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마치 자기가 만든게 뭔지 모르는 (천재적)어린아이같다.  휘리릭 핵폭탄을 만들어놓고 나서는  핵폭탄으로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고 핵폭탄에 리본을 달고 있다.   


이는 특히 8집부터 두드러졌다.  흥미롭게도 그 이전까지는  라이브 무대나 액션, 뮤비에도 [레퍼런스가 있었다.]

(단, 누뉘 말하지만 레퍼런스라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레퍼런스에도 좋은 레퍼런스가 있고 나쁜 레퍼런스가 있다.

결론만 말하면 레퍼런스를 하려면 서태지처럼 하는 것이 정답이고 모범적인 일이고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서태지 처럼 해야 한다.) 그리고 8집부터는 스스로만의 액션이 나오기 시작한다.  틱탁의 그루브한 섹션에서 임팩트를 줄 때의 '측면 뛰기'는 크리스 말로윈에서도 이뤄지고 있으며 섹션에서 일반 락 보컬들처럼 큰 동작이 아닌 그만의 방식으로 '손목꺾기'를 하는 등.


3)  'ROCK DNA'의 부재:서태지는 진짜가 아니다.


난 락부심부리는 인간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다. '락커'라는 말 조차 쓰고 싶지 않다.  방송에 나와서 락 하는 분들이 "락커는..." 이런 말 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다.  내가 하는 음악 그리고 앞으로 할 음악도 락임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가 프로 데뷔를 한다면 내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보고 '진정한 락커다'뭐 이런 소리 나올까봐 난 락이 아니라 가요를 한다고 하고 싶을 정도로 락부심부리는 것을 경멸한다.   그냥 머리 기르면 기르는 거고 일렉기타 치면 치는거다.  중2도 아니고 '나는 oo다'라니 씨발...락커,록커라는 말은 락 음악이 극도로 상업화되던 80년대에나 잠깐 나왔던 말이다.  록 음악 하는 인간들 특히 보컬들을 아이돌 화 해야 했기 때문에 뭔가 부를 명칭이 필요했던 거다. 혹은 록 초창기에 비틀즈나 롤링스톤즈는 당연히 다른 아티스트들과 뭔가 달랐고 그래서 그들을 규정지을 명칭이 필요했던 거겠지만 록 아티스트라고 불렀지 무슨 +er공식도 아니고.  록이 무슨 기술이냐?  록커라니..'록커는 이래야 해' '난 록커니까요'  ...씨발 조까고 있다.  '이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이거랑 뭐가 다르냐. '전 록이 뭔지 사실 좆도 모르고 그런걸 좆도 모른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대가리도 텅텅 빈 놈입니다.' 라고 고백하는 꼴이다. 락 음악 하는 사람이 스스로 '난 록커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더이상 ''록커''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록은 그런거다. 너는 학생이야 그러므로 너는 학생답게 행동해야 해.   너는 여자니까 여자답게 행동해야 해. 를 부수는 것이 락이라기 보다는 락은 그런 태도를 표현하는데 상당히 어울리는 사운드=무기=붓=색상 을 가진 음악 장르였고(유동적으로) 그래서 그런 에티튜드가 DNA에 내재된 인간들은 그런 락에 반응할 수 밖에 없었고 빠져들고 그래서 그중 일부는 락을 '하게' 된 것이다. 그건 마치 신내림과도 같다. 하기 좋고 싫고가 아니다.  [안 할 수가 없다.] 

근데 스스로를 사회가 규정지은 단어로 스스로 우리를 만들어  가둔다? 씨발 진짜 병신들이 좆을 까다가 자빠지는 장면을 눈으로 본 기분이다.  즉, 병신들 조까고 자빠졌네. 


이렇게 락부심을 경멸하는 나지만 서태지를 보면 그의 무대를 보면 '이건 록이 아닌데'라고 느낄 수 밖에 없게 되버리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놀랍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휴먼드림을 듣고 있는데 진짜 엄청난 곡이다. 내가 꿈만 꾸던걸 서태지는 해버린 느낌이다.)


일단, 모두가 예상하는 보컬부터 짚고 넘어가자.


보컬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그의 [가창력]을 떠올리게 된다. 가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반론하기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음악은 그의 보컬이 아니면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만든 보컬 스타일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지 외부의 어떤 전통적 혹은 유행하는 보컬 기술로 그의 음악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색할 뿐이다. 마치 스매싱 펌킨스의 빌리 코건의 보컬 같은 계열이다.  그리고 장르가 다르고 표현 방식과 난이도가 다르지만 너바나의 곡은 커트 코베인이 아니면 안되고 건즈앤 로지스의 곡은 액슬 로즈가 아니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스터 빅의 곡은 그렇지 않다.)   


가창력으로서의 '보컬'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그의 보컬이 싫으면 적응 하도록 노력 할 수 밖에 없다. 난 최근에야 스웨이드의 보컬에 적응이 되었고 그러자 그 밴드의 음악이 '들리기'시작 했다.  땡잡았다.) 


6집이나 7집 그리고 8집에서도 그는 물론 멋진 액션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진짜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해외의 거물 밴드들의 라이브와 그 밴드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한국인의 태권도라면 서태지밴드의 라이브와 퍼포먼스는 서양인의 태권도라고나 할까. 뭔가가 빠져있다.  그런데 그 뭔가가 뭔지는 참 감잡기 어렵다.

물론 내 기준이다.  나를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렇게 좋은 놀잇감(그가 만든 음악)을 가지고도.


성급하지만 결론은 이거다: 서태지는 락 장르를 연기하고 있었다.  다만 굉장히 철저히 레퍼런스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극도로 자연스러웠을 뿐이다. 이는 마치 마이클 잭슨이 Give In to Me에서 슬래쉬와 협연할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 '누가 진짜 락인데?'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난 윤도현 밴드를 들고 싶다.  그들은 천상 락을 해야 하는 인간들의 집단이다. 그러나 [[[[[[[[[[[[[[[[[[서태지와 서태지밴드보다]]]]]]]]]]]]]]]]]]]]]]]]]락을 굉장히 못한다.!  피아도 마찬가지다. 즉 정신적으로 락인 인간들이 오히려 서태지보다 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앤비 식으로 말한다면 '소울'은 있는데 가창력이 약하다고 해야 할까..진짜 락을 해야 하는 인간들이 오히여 더 락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락 씬의 상황이다.라고 나는 느끼고 있다.


여기는 '락'이 도대체 뭔지 논하는 자리도 아니고 내가 그럴만한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건,

[서태지는 락 장르를 연기하고 있었다.  다만 굉장히 철저히 레퍼런스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극도로 자연스러웠을 뿐이다.]라는 사실이다. 이건 약점은 아니지만 공략점은 될 수 있다.


결국 서태지는 마이크 시노다이지 체스터 베닝턴은 아닌 것이다. 라고 나는 느끼고 있다.  


서태지가 체스터 베닝턴이 아닌 것은 약점은 아니다. 그는 이미 마이크 시노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스터 베닝턴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남는다. 서태지가  지미 헨드릭스나 커트 코베인이 아닌 것은 약점은 아니다 그는 이미 데이빗 보위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미 헨드릭스나 커트코베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남는다.


결국 서태지는 비틀즈이지 롤링스톤즈가 아니다.  

그는 존레논이자 폴 매카트니이자 에릭 클랩톤이자 존 본조비이자 에릭 마틴이지 지미 헨드릭스나 믹 재거나 필립 안젤모나 액슬 로즈가 될 수 없다. 그는 노엘 갤러거가 아니다. 하지만 데이먼 알반이다. 그는 요시키이지 히데가 아니다.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지 서태지가 아니다. 뭐가 락인지는 나도 모른다.  이렇게 감지될 뿐이다.   


고교생 정현철에게 면전에 대고  내가 욕설을 했다면 그는 주먹을 날리기 보다는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다 아무일 없는 듯이 지나갔을 것이다. 내부에 맹수가 꿈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뱀같은 기계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4)혁신의 명암


그의 음악은 항상 혁신적이었다. 초기에 과한 레퍼런스도 분명 존재했고 그 이후 좋은 레퍼런스가 있던 음악들도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는 늘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들어 낸 것은 확실하다. 그러한 면에서는 해외의 어떤 밴드나 아티스트와 견주어도 된다.


짬뽕을 내놓으면 설사 그가 짬뽕이라는 음식을 발명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교동짬뽕처럼 분명 그만의 짬뽕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요리를 내놓을까 항상 기대가 되고 분명 실망스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것이 성공 요인이었고 팬덤을 유지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그는 대단히 모범적인 作家이다. 누뉘 말하지만 모든 예술인들은 그처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맛이라는 본질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이 가미되어야 비로소 정체성이 확립된다는 것은 분명 약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언젠가는 맛이라는 본질로만 승부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레퍼런스로부터의 독립 말이다.(그건 이미 8집부터 시작되었다고 나는 느꼈고 서태지는 인터뷰에서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더이상 표면적인(대중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혁신이 사라졌을 때 오히려 그가 구축한 선순환의 시스템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집 앨범도 9집과 같은 편곡이고 스타일이라면 대중들과 매스컴은 당장 서태지는 정체되었다고 융단 폭격을 날릴 것이고 팬덤도 흔들릴 것이다. 정말 곡이 좋고 감동적거나 신나는가는 별개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일부 리스너들과 팬들은 본질적인 맛을 느끼고 만족하겠지만 더 많은 수의 리스너들과 팬들은 단지 혁신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실망할 공산이 크다.


소격동이 그러한 고민과 흔들림의 좋은 예이다.  서태지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격동의 신스 사운드에 따스함을 붓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소격동은 곽진언의 편곡에서 더 감동이 배가되는 곡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서태지의 의도처럼 유년시절에 대한 소박한 그리움이 그 곡이 전달하려는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격동을 처음 접하고 추측했던 수많은 의미들을 보라.  귀신 설,유령 설,죽은 여자가 부르는 설정,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등. 결국은 신스 사운드가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지나친) 신비함이 곡의 소박함을 잠식한 것이다.  '냇물'이 정말 '냇물'이라면 신스가 아닌 통기타가 결국은 그 본질이었다는 것이다. 음악이 혁신적이야 한다는 일종의 족쇄는 이미 서태지를 잠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5)우린 아직 젊기에 그는 이젠 젊지 않기에


이건 4)의 '혁신'이라는 화두와도 연결되는 것이지만 그의 음악은 항상 '젊다'   트렌디하다.  결국 그것은 현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서태지의 3040팬들 중 스크릴렉스를 아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것이 3040대중으로 확대되면 더 희석된다. 쉽게 말해서 그의 음악은 여전히 '젊은이'용이다. 여기서 조용필과 갈리는데,  조용필의 음악은 딱히 한 세대가 강력하게 반응하는 음악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의 음악적 세계관은 사변적인 것에 머물기 때문에 오히려 보편성 면에서는 강력하다. 쉽게 말해서 교실 이데아는 학생들은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선생들은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창밖의 여자는 그저 창밖의 여자일 뿐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이 점점 문제가 될 수 있다. 젊지 않은 것은 그도 의식하고 있다. 내 뱃살도 이제는 기름지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 시절과 7집까지도 그는 사회의 마이너리티였다. 마이너리티중에서 성공한 자일 뿐.   그의 팬덤도 서서히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평창동에 백억대의 저택에서 미녀와 함께 사는 우리 사회의 주류이다. 사실 그는 더 이상 사회에 불만이 있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이제는 아픔과 반항을 표현하려면 주위를 둘러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굽어 내려다 봐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정말 모범적인 작가라는 것은 이 지점에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바로 '우울'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 그것이다. 그는 몇년 전 故신해철과의 인터뷰에서도 우울이라는 감정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했고 그것은 그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던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여러 매체에서 우울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 몇년간 계속 그 것에 진착해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굽어 내려다 보며 통찰력을 발휘해본 결과 사람들이 우울하다고 하는데 우울이 분명 이 시대의 화두가 맞고 자신은 그걸 주제로 삼아 곡을 쓰고 싶은데 자신은 우울이라는 감정을 알 수 없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할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울을 느낄 만큼 바닥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이혼 사건과 결혼으로 인한 팬덤의 균열도 사실 그에겐 별거 아닌 일이다. 서태지는 사실 먹고 잘 공간과 기본적인 생활만 유지 할 수 있고 자신의 음반으로 음악할 장비 살 돈 정도만 벌면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에 겨워 살 타입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진짜 타고난 예술가거든.  그런 인간이 이런 여정으로 삶을 살고 있으니 우울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중 난 우울함을 안다고 하는 것도 대부분 슬픔과 우울을 분리하지 못해서 오는 착각이라고 본다.  우울은 정말 팔다리 다 잘려나가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그 '순수한 우울'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우울을 느낄 수 없다는 것처럼 앞으로도 그의 통찰력으로 잡아낼 주제에 스민 감정에 대해 그가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음악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보고 있다.     


그는 더이상 젊지 않고 마이너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젊어야 하고 마이너여야 하는데 그의 음악이 그렇지 않은 순간

서태지라는 아이콘의 정체성은 위협을 받게 된다는 다소 난해한 결론이다. 괜찮은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되버렸으므로 더이상 꿈꾸지 못한다.


그는 음악과 그의 예술과 가사에 대해 대중들과 팬들에게 거짓말을 못한다.  레퍼런스 했을 때에는 항상 자신이 먼저 당연한듯 뭘 레퍼런스 했는지 밝혔고 그게 아닐 때에는 아니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그의 곡이 위대한 이유는 그는 음악 앞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늙으면 늙는데로 그는 그 늙음을 표현할 것이다. 그는 대중을 의식한 적도 심지어 팬덤을 의식한 적도 단 한번도 없었다.  90년대 아티스트들이 한물 갔다고 느끼면 그걸 표현할 뿐이고 팬들에게 미안하면 비록...일 뿐이고 아기가 성큼 나오길 바란다면 숲속의 파이터로 표현할 뿐이다. 정말 그는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작가이자 예술가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내가 후계자론을 이야기하고 포스트 서태지를 이야기하는데 누구도 '그게 왜 필요해?  서태지가 있는걸로 충분하잖아'라고 의문을 제기한 팬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서갤은 팬덤속의 좁다면 좁은 영역이고 그 영역 안에서도 내 글을 조회한 팬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그들 중 대부분은 이렇게 긴 글은 그냥 스킵했을 확률까지 따진다면 보편적인 팬덤의 반응이라거나 대중의 반응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심장하다고 나는 느낀다. 



5) 기타 등등


-혼자서 모든것을 다한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당연시 되야 할 일이지만 대중음악 아티스트는 소설가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을 집필하고 그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 사실상 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 자신은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음악 아티스트는 (특히 현대에 와서 더욱 더 그러한데)  그 자신 자체가 결국 작품이다.  그 아우라가 그의 음악에서 발현되는 것인지 아니면 벗고 엉덩이를 흔들어야 하거나 복근을 보여줘야 춤을 춰야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어야 개그를 해야 MC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따른 품질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는 시각적 센스가 (놀랍게도) 태생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뮤비나 그의 패션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각고의 노력으로 그 부분을 커버한 것이다.(반면 GD는 패션 센스와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는 천재적이다.  음악이 허접해서 그렇지.)  


-그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대중이나 매체는 그가 대단한 마케팅 능력을 자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그의 음악의 완성도에 비해서 그것을 마케팅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대단히 떨어진다.    


-앨범을 발매하는 텀이 지나치게 긴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과 매체와 팬들은 이미 거기 적응되어 있다는 것도 간과하면 안된다.  오히려 일종의 그 공식이 깨질때의 반작용이 다소 약점으로 상당기간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벌써왔어? 랄까.


그밖에 예능감 부족이라던가 신비주의라는 오해로 가득한 낙인이 찍혀있다는 점 등이 약점이 될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정도에서 그의 약점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겠다.


....서태지 후계자론 part2 : post T - 3 에서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과연 어떻게 하면 포스트 서태지가 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면서 모든 것을 마치려고 한다.



<controversy님 댓글>

오래전에 생각해왔고 최근엔 잊어먹고 있던 관점을 1)~3)에서 상기시켜주네.. 앨범에서 가지는 폭발력을 실제 무대에서는 재현하지 못한다는 점 (물론 여전히 그는 훌륭한 공연가이다). 그리고 글쓴이가 말하는 락DNA의 결핍. 난 개인적으로 이건 서태지 개인적 성향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필자도 얘기하는거처럼 뭐가 락DNA인지는 정의하기가 참 애매함.. 개인적인 짧은 아마추어적인 경험에서 말하자면, 이 DNA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밴드와의 합이라고 생각함. 물론 각 밴드마다 리드 송라이터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서태지가 추구해온 곡작업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게 각 파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 일반적인 락밴드들은



하지만 서태지는 초창기 시나위 시절을 제외하고는 주로 혼자 모든걸 작업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는데, 사실 이것이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을 듯... 전에도 얘기했지만, 서태지표 뉴메틀의 장점은 철저하게 계산된 송라이팅 (심지어는 가사 하나하나의 운율까지도)인데, 이것이 음반에서 표현이 되었을 땐 극적인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실제 세션(말그대로 송라이팅에는 참여하지 않은)들과의 공연에서는 그만큼의 파괴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 락밴드 특유의 각파트별 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들의 ㅣ조화를 서태지 밴드에서는 사실 찾기 힘들다는 점..


대부분 해외 락밴드들은 송라이팅부터 공연까지 모든 걸 함께 함...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난 굳이 이러한 서태지의 작업/공연방식을 단점으로 꼽고 싶진 않다. 오히려 이러한 장점 (혹은 단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좀더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톰요크?)를 구축했으면 함.. (글쓴이가 얘기했듯이 8집부터 뭔가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나 아직 그것이 완성된 단계는 아님)..



좀더 일반적으로 보자면, 서태지는 그냥 음악이라는 좀 더 보편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락에서 부터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서태지 본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소스로서 기여하는 것.... 또한 서태지는 특이하게도 집요함과 융통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아티스트임. 어느 분야에서 집요함을 가지고 장인의 레벨에 오르게 되면 사실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갖기도 어렵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함. 그러나 서태지는 기본적으로 본인도 말했듯이 장르에 편견이 없고 (융통성), 각 장르에 있어서 그 분야를 몇십년 파온사람들 보다도 이해를 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음(집요함).


그래서 여전히 가장 기대가 되는 아티스트이기도 함,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정립된, 그러면서도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력이 뛰어난 그런 곡을 쓸 수 있는 아티스트.. 크리스말로윈에서 이러한 측면들이 보이기 시작함. 아쉽게도 이곡이 많이 알려진것 같지는 않지만..


<ㅇㅇ(195.80)님 댓글>

본문도 댓글도 대체로 동감한다. 개인적으로 포인트 3에 덧붙이자면 글쓴이도 얘기했듯 락스피릿이란 건 고정성에 대한 타파, 통념에 대한 저항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 벽을 허문다는 점에선 서태지적 스피릿과 접점이 꽤 있지만, 근본적으로 서태지적인 정서는 그 일반적 통념의 수용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치마는 여자가 입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고정관념이라면, 이의 저항 명제는 '남자도 치마를 입을 수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여기에 대해 서태지는 '여자든 남자든 치마를 입든 아니든 뭐 상관 있나? 본인이 좋으면 입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라고 말할 거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호오는 있을지언정 선악에 대한 구별이 없는, 순수한 니체적 인간의 전형으로 보여진다는 것?


서태지 자체가 (음악이든 성향이든) 어떤 한 타입으로 규정되지 않으니 '락적인 인간'의 테두리에 그를 넣으려는 시도는 어쩌면 태생부터가 무리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수고 많았음. 글 잘 읽고 있다. 이런 글 격환함. 다음 편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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