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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인스턴트 해방구 '서태지와 아이들' (학술지)
by 노란우산
조회 4583 (2012.03.04)  
발행일  
시기 1집 
저자 장필선 
학위논문사항  
지도교수  
출판년도 1992년 9월 
발행처 월간말 
학술지명 월간말 
통권 75호 
내용구분  
분량 부분 
link http://dbpia.co.kr/view/ar_view.asp?arid=100254 
CCL  
첨부파일 10대의 인스턴트 해방구 서태지와 아이들.pdf 

돌연히 나타난 10대들의 우상 ‘서태지와 아이들’
양극단의 평가 속에서 이들이 청소년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른바 서태지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전문가, 청소년들의 에기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열광적인 팬과 신랄한 비판자

 

“저건 집단최면이나 광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저걸 보고 누가 노래라고 하겠는가. 서태지 노래를 듣고 자라는 애들이 나중에 커서
어떻게 될지 참 걱정스럽다.”(30대의 학부모)


“정말,너무 좋아요! 서태지 노래를 들으면 그냥 흥겹고 신나요.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씻기는 것  같아요. 친구들도 난리예요. 아마 우리반에 서태지 테이프를 안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예요.”(서울 ㅈ여고 2학년생)


아마 한 가지 문제를 놓고 이렇게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것도 세대간에 부딪히 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서태지와 아이들’ 의 열광적인 팬과 신랄한 비판자들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큰벽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대립’에 관계없이‘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서태지 노래가 홍겹고 신난다라든가,반대로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한다는 등의 다소 도식적인 수준을 넘어,기성세대에겐 거부감을 주는 서태지 노 래가 왜  그토록 청소년들을 열광시키는지, 이  런 유형 의  음악이 왜 지금 탄생했는지를 살펴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대게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청소 년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입시위주 교육풍토 속에서 짓눌린 청소년들의 잠재된 욕구의 분출,
“소비적인 맙구정동 문화의 한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 문제를풀기 위해서는먼저 ‘서태지와 아이들’ 의  이야기를 들 어볼 필요가 있다.


"우린 오렌지족이 아니에요”


서초동 연습실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은 강남 로데오 거리의 야한 아이들 외모 그대로였다.


귀에 딱 붙는 은제 귀걸이에 한 여름에도 칼라 깃을 빳빳이 세운가죽 잠바, 무스를 발라 하늘로 치켜올린, 빳빳한 닭벼슬 같은 머리의
이주노(69년생,본명 이상우). ‘요 ! 태지 (YO! TAEJI)’ 등 분홍과 연두,은색으로 요란하게 영어를 써놓은 조끼 에  형  광색으로 낙서를 한 반바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양말에  받쳐 신은 프로스펙스 신발, 거꾸로 쓴 챙 있는 모자 아래 뽀얀 우윳빛 얼굴의 서태지(72년생, 본명 정현철). 티셔츠 아래 미키마우스가 무릎 가득 깔깔거리는 멜빵바지의 한쪽 끈을 여미지 않아, 어깨끈을 휘날리며 걸어다니는 양현석  (70년생). 그는 “왜  멜빵을 여미지 않고 덜렁거리고 다니냐?”는 질문에 “그게 우리 패션이에요”라고 대답하며 연습실을 뛰  어다녔다.


그러나 서태지는 “우리보고 ‘오렌지족’ 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우린 오렌지족이 아니에요(오렌지족이란 “강남의 졸부 아버지 아래서 자기 멋대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서태지는 설명했다)……. 우리가 압구정동 의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이는 오렌지족과는 상관없는 거예요. 단지 압구정동 사람들이 유행에 앞서가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옷을 입는 것일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들이 오렌지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 대개  언론에서 그들의 노래와 의상을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압구정동 세대’ 의  것으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 다. 그런데 이  ‘압구정동,이란 말 속에는 경제적인 여유로 뒷받침되는 자유분방함, 방종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가정형편으로만 보면 이들이 ‘오렌지족’ 은 아닌 것  같다.


“설 무대가 없어서 하루에 빵 한 끼씩 먹으며 한 달을 보낸 적도 있어요. 어렸을 때도 새  옷 한번 입어보기 못했어요…….한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동일방직 여자경비로 일하던 어머니를 남자경비들이 깔보고 장난을 걸어와 눈을 부라리며 달려들기도 했어요. 친척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  ‘ 웬 밥을 그리많이 먹느냐’ 는 말에 무안하고 서러워 돈을 많이 벌어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주노는 이런 어린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여간해선 웃지 않았다.  가난한 집  아들이기는 양현석도 마찬가지 였다.


“저도 어렸을 때  집안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요 저는 매사가 주노 형과 태지의 중간이에요."


그러나 서태지는 이들과 달랐다.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는데,음악을 했던 할아버지 영향으로 음악을 이해하셔서 나중엔 저를 지원해주기도 했어요.”


서태지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신시사이저를 구입하고 집에서 친구들과 시끄러운(?)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혜택을 누렸다고 한다. 
이처럼 서태지는 이주노나 양현석과는 달리 “곡이 안 써질 때 외엔 별 어려움이 없었던” 소년시절을 보냈다.


그러 나 고등학교 2학년 헤비 메탈 그룹 ‘시나위’ 시절, K 나는 도시에 나가지 않고 섬에 혼자 남아 등대 지기가 되겠어요. 그러면 사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고 오빠의 노래도 마음껏 들을 수 있으니까요” 라는 거문도에 사는 장애자 소녀 가 보내 온 팬레터를보고는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앙드레 지드의 『 좁은문』 을 선물로 사서 보내는” 정서를 가진 서태지가 오렌지족에 a중학교 때  동료들 사이에선 AFKN쇼의 춤을 흉내 내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나도 텔레비전을 보고 춤을 따라 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휠씬 춤을 잘 췄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인천 소래에서 서울로 수업만 끝나면 올라와 4인순이와 리듬터치’ 사무실에서 맘 12시까지
춤연습을 했어요.”

 

어머니가 귀가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종일 들판을 해매던 이주노는 이제 AFKN 쇼에 빠져들었다. 당시하게 되어있어요. 기타가 너무 좋아 기타를 안고 잠을 자기도 했어요. 음악을 하고부터는 다른 것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일본 비디오에서 본 뉴 뮤직 그룹 같은 헤비 메탈 그룹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친구들과 합주실을 돌아 다니며 연습을 했지요. 거기서 그룹 ‘시나위’ 멤버 신대철씨 눈에 들어 시나위로 들어가게 됐어요.” (서태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만했다.)


AFKN 방송과 1970년생

 

“어  렸을 때  모형비행기나 자동차,  탱크 같은걸 만들길 좋아했어요. 음악을 안 했으면 건축가나 발명가가 됐을거예요……. 컴퓨터요 ? 컴퓨터 오락을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전 갤러그밖엔 못해요; '(서태지)“애완용 새 키우기가 취미였어요. 새가 알을 낳고 알을 까고 나오는게  그렇게 신기했어요.  돈만 생기면 새틀 사서 온 방안에 새였어요. 많을 때는 50쌍까지 있었어요.”(양현석)


컴퓨터 오락 외엔 별 취미가 없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어린시절에 모형비행기 만들기와 새  키우기에 몰두했던 서태지와 양현석, 이들이 랩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중학교 때  텔레비전에 나온 들국화’ 의  연주모습에 반해서 기타를 연주하게 되었어요. 기타가 너무좋아 유행하던 브레이크 댄스를 배우려 던 그에게는 AFKN과 비디오는 없어서는 안될 것이었다.


이처럼 ‘서태지와 아이들’ 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중고등학교 때 미국 팝음악과 일본 비디오를 즐겨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사춘기를 보낸 80년대는 비디오가 범람해 들어오던 시기였다. 압구정동 아이라서가 아니라,바로 뮤직 비디오가 서태지를 마이클 잭슨의 괜이 되게 했으며,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이주노와 양현석을 브레이크 댄스에 심취하게 했다.


왜 ‘록’이  아니라 '랩'일까

 

"데뷔 2개월 만에 텔레비전 가요 인기순위 정상 차지” “음반 발매 3달 만에 1백만 장 돌파” “음악신동 출현" “십대의 영웅, 새로운 뉴 키즈 등장”……요 몇  달 가요계는 새로운 영웅(? ) 의  출현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과장된 부분도 많지만 ‘서태 지와 아이들’ 의  인기가 한국 가요계 사상 유례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성공의 비결(? )은 어디에 있을까?


“처음 우리가 음반취입할 때  최사장(전속회사 간부를 일컫는 것 같음)도 듣고 있다가 중간에 꺼버렸어요. 1이게 두슨 노래냐’ 는 거
예요.”


이주노의 말처럼 음반제작자 들까지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중간에 꺼버린 그들의 노래가 어떻게 그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 젊음이 잘 표현되는 게  이런 음악이에요. 젊음이 왕성한 이때 아니면 언제 랩을 하겠어요.”(서태지) “한마디로 말해 ‘신난다’ 예요.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어요:(서울 7 여고 2학년생) “젊은이들이 원하는 뜨겁고 격정적인 리듬이 결국 발라드를 제압……: ( 이재석, 평화방송 PD') “그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이너미즘이다. 그 리듬으로 정신을 빼 놓는다,  (이백천, 가요평론가)

이처럼 대중음악 전문가들과 서태지 본인, 그리고 그의 팬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서태지의 노래, 즉 뜨겁고 격렬한 리듬의 랩이 억눌렸던 욕구를 발산시켜주는 ‘해방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격정적인 리듬으로 치면 록도 마찬가지다. 록은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60~70년대 세계의 청소년들
을 열광시 켰다. 최  근 한국가요도 심신,권인하 등이 록을 다시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서태지만큼 열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할까. 서울대 음대 서우석 교수의 말을 들어 보자.


"팝, 대중가요는 성적 에너지 발산기능을 합니다. 족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와 결혼연령이 늦어짐으로 해서 생긴 ‘성적 지  연’ 에  따라
청소년들의 왕성한 성적 에너지가 먹제되었어요. 이를 발산시켜 성에 대한 허위만족을 주는겁니다. 그러한 기능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록이지요. 록큰롤의 폭음과 두박자의  강렬한 비트는 우리의 의식과 신체를 완전히 록의 리듬에 승복시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록 리듬에 몸을 맡기면 신체가 리듬에 맞춰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는겁니다." 즉 성적 발산, 억눌렸던 욕망을 발산시키는 기능을 하는 팝의 가장중심에 록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은 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왜  청소년들은 억눌린 욕구의 해방을 록이  아니고 ‘랩’ 에서 찾는 것일까. 청소년을 열광시키는 강렬한 두박자 리듬이라는 랩  고유의 음악적 특성 외에 또 다른 요인은 없는 것일까.


서태지를 출세시켜준 비디오


“랩  리듬이 참 좋았어요. 84년에 랩  앨범을처음 들은후로계속랩을 들어왔어요.” 왜  랩을 하게 되었는 가에 대해 서태지는 “그냥 리듬이 좋았어요” 라고 한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지는 '84년부터 들어왔다' 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랩은 70년대 말 미국의 뉴욕, 워싱턴 둥 흑인 빈민가에서 생  겨났다. 호인 실업자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 그 걸어다니면서 자신의 불만을 음악에 맞춰 소리치고 흥얼거린 것이 랩의 시작이었다. 이런 흑인들의 거리음악을 80년대 랩가수 4런 'DMC'가 대중화시킨 이후 지금 랩은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 하고 있다.


뮤직 비디오와 AFKN을즐겨들어 미국팝에 정통해(? ) 있던 서태지는 일찍부터 미국팝계의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고,당연히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에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즉 서태지는 “84년부터 계속 들어와서” 랩에 이미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미국팝계의 흐름과 함께한 사람은 서태지뿐만이 아니었다. 뮤직 비디오를 자주 보던 (이주노, 양현석  같은) 그들 또래 의  청소년들, 특히  뮤직 비디오의 주된 수요자이며 한국가요의 주요 고객인 10대 청소년들도 오래전부터 랩음악에 익숙해 있었다.


한편 한국가요계도 몇  년간 느린 템포의 발라드풍 노래가 강세였으나 차츰 새로운 분위기의 노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런 과정에서 1~2년 정  도 시차를 두고 미국팝계를 쫓마가던 한국가요계는 자연스레(?) 랩에 눈을 돌렸다. 랩리듬을 옮겨와 성공한 나 미의「 인디언 인형처 럼」 과 신해철의 r재즈카페」등이  그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청소년들의 잠재된  욕구를 분출시켜주는 강렬한 리듬의 ‘새로운’ 노래, 랩이 나오자 서태지의 노래는 급속하게 청소년들에게 수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을 서태지가 갖게 된 것은 결코 요행 이나 우연이 아니다 세계 청소년들의 음악취향을 통일시키고 있는 뮤직 비디오가,서태지와 한국가요 최대 고객인 10대  청소년들의  음악취향을 일치시킴으로써 서태지에게 10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가져 다 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제한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즉 서태지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뮤직 비디오에  익숙한 청소년들로서, 어려서부터  뮤직 비디오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중상층 이상으 청소년들 서태지 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서태지 신드롬’ 의  주된 구성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는 서태지 노래를 좋아하는 연령층이 제한적이듯 서태지 노래가 10대  전체의 정서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서태지와 청소년들을 밀접하게 연결시켜준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친근감을 주는 것이며 쉽게 동일시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그 대상에 금방 몰두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로데오 거리에서 10대들이 입고 다니는 옷차림을 서태지가 하고 있다는 것은 압구정동 아이들에게는 묘한 일체감을 갖게 할 것이다.


“우리는 팀을 만들기 전부터 이렇게 입고 다녔어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의상을 남다르게 하고 다닐 때  '나는 음악 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약해지는 마음도 다잡을 수 있고요.  평범해지면 우리는 죽어요.” 이주노의 말이다.


10대 소녀괜들에게 어필하는 깔끔하고 귀여운 외모, 강렬하고 폭발적인 랩  리듬에 어울리는 동작이 크고 격정적인 회오리춤, 게다가
이들이 대학을 포기했다는 것은 또 다른 환상과 위안거리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서태지와 아이들’ 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의  인기는 춤과 의상,  '랩이라는 그 자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TV 가요’ 요구의 대부분을 충족 시키고 있다. 웬만한 소리는 조작이 가능한 TV에서 앞으로는 음악성 자체보다 점점 이런 종합적인 것이 고려되 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랩은 인스턴트 해방구?


그럼 청소년들이 랩에 빨려들어 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냐구요?"......스트레스를 풀 만한데가 없잖아요. '우리가 뭐  그렇게 좋니' 하고 물어보면 ‘오빠들 노래
를 들으면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하고 말해요” 라는 양현석의 말대로 풀 길 없는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랩의 의의를 인정할 수 썼다. 그러나 다시 서우석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랩의 빠른 템포의 폭발적 리듬은 사고의 폭을 거  의  주지 않을 정도로 빨라 거의 사고가 정지된 상태에서 손과 발이 리듬에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렇듯 생각할 겨를이 없는 빠른 템포의 리듬은 집중력과 지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강렬한 자극을 가해 오는 폭음은 불안정함과 비이성적인 홍분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랩에서 일시적인 해방을 얻을지는 몰라도, 욕구를 다스리고 정서를 순화시키는 힘을 얻지는 못한다. 잠깐 잊을  수는 있어도 치유되지는 않은 아픔은 청소년들이 보다 많은 열광과 환상을 찾아 점점 더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을 요구하게 할 것이다 미국 팝 중에 마약과 자살에 대한 긍정, 악마에 대한 찬사가 나타 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들이 랩에 열광하는 것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집단최면상태라고까지 불리는 ‘정서적 열광과 홍분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청소년 정서에 미치는 ‘잠재적이고 지속적 인 영향’ 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은 영혼을 감동시 키고 리듬과 멜로디는 분노와 온화,용기와 절제,이것들과 상반되는 모든 성질의 모방을 공급 한다. 따라서 그것을 들으면 영혼의 변화가 오게 된다. 음악에는 성격을 형성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이 인간의 성격을 형성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동서양에선 음악을 중시하고 음악의 템포 가 빨라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선조엔 태평성대가 되려면 음악이 경박스러우면 안된다고 하여 궁중음악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피해왔다. 악사들의 연주속도가 빨라지면 이를 감독하는 행정관청인장악원의 우두머 리  ‘제조’ 는 이를 제재하곤 했다. 어떤 경우에는 대신들이 들고 일어나 속도를 늦추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종교적 교화를 위해 음악을 중요가헤 활용했던 서양 중세에도 빠른 템포의 음악을 금기사례, 그레고리안 성가는 아주 느린 템포로 불려졌다. 태교음악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같은 차분한 음악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더 나은 음악환경을 만들어가야

 

그런데 대중가요는 이러한 경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리듬, 더 감각적이고 노골적인 가사....이런 음악이 청소년들에게 참을성 없고 즉자적인 성격을 형성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다른 대안을 주지 않고 청소년들ㄹ에게 이런 음악을 듣지 말라고만 할 수는 없다. 랩만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음악환경에 놓여 있는가.

 

컴퓨터와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비디오 화면의 긴박한 진행, 박진감 있고 강렬한 리듬의 호소, 정선된 음.... 이를 외면하고, 음악시간에 지루하게 '똥당거리는' 피아노 소리에 맞춰 40년대의 「봉선화」나 「그네」등을 통해 느끼게 되는 한국가곡을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잘 포장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정할 수 있는팝음악과 우리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려운 고전음악, 이런 조건에서 청소년들이 팝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2차세계대전 후 서구에선 전쟁으로 내버려진 아이들을 음악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운동이 있었다. 현재60여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주 네스뮤지컬운동(JM운동) 이  그것이다. 이는 좋은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 최소한 청소년들의 정서가 어떻게 되든지 ‘베스트셀러 만들기’ 에  혈안이  되어 자극적이고 감각적 인  것만 찾아 헤매는 쇼 비즈니스 맨들의 작태는 중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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