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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jiBoys 97 벽이 아닌 문으로-재미없는 학교문화 우리가 신나게 만들자 (문서)
by swee
조회 1768 (2011.11.06)  
날짜 1997-01-31 
시기(시나위~9집) 은퇴 
생산자 현지영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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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sa_032.txt 

TaijiBoys 97 벽이 아닌 문으로-재미없는 학교문화 우리가 신나게 만들자

 

 

재미없는 학교 문화 우리가 신나게 만들자

 

  만나는 사람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 사업회]가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 모임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TV화면에 비치던 그 극성스러운 팬들의 모임이 아니냐고, 사무실은 있냐고, 이제 "그 가수들은 은퇴를 했는데 무슨 할 일이 있냐"고들 묻는다. 답을 하기 바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서울시에 사회문화단체로 등록을 하면서 만든 회칙의 전문에 나오는 대략의 내용을 설명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고, 그간의 활동등을 말하고, 평상시 사무실 근무수칙과 임원진의 수고로움을 말하고, 회원들과 임원들과의 의사소통 체계를 말하고, 음성사서함 번호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나누는 고민들이 더 바쁘다. 우리에게 대중 음악은 무엇인가, 외세 의존성은 얼마만큼 심각한가, 음반 생산자, 방송과 유통의 네트워크, 전국 음반 도매상 협회가 파생시키는 문제점들은 어떻게 틈을 내서 무너뜨릴 수 있는가, 대중음악을 둘러싼 저널리즘과 비평의 무책임함을 어떻게 질책할 것인가, 전문성과 전문가 체계의 부제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등에 관한 물음들을 모두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에서 함께 나누어 매고 있다. 이런 물음들은 언어의 빈곤함과 담론의 미비함으로 채워져 있는 대중 음악에 관해 다양한 각도로 지식 습득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태지와 아이들>과 친근하게 서로를 대하던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어떤 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의 가장 무거운 고민의 짐 가운데 하나이다.


  "청소년과 함께" 하려면 우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파악하기에 앞서 "청소년"이란 말은 우리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이다. 청소년이란 말은 다른 말로 바꿔 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다른 좋은 말을 찾지 못했으므로 여기선 우선 "별"이라고 해야겠다. 청소년이란 말은 어른들이 "별"을 편하게 부르기 위해 만든 뭉툭한 이름인 것 같다. 청소년이란 말은 특정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E LAND"나 "SMART" 같은 분위기의 옷차림에 칼날같이 줄마춰 자른 머리, 두툼한 책가방, 세상엔 어리숙하고 학교일엔 똘망똘망한 눈빛, 대학에 가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사람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청소년이라는 말의 이미지와 요즘의 "별"들과는 썩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의 "별"들과는 더욱 아닌 것 같다. 요즘의 "별"들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


  1990년대 초 부터 새로운 행동 양식이 생겼는데, 그것이 처음 등장하던 때는 아직 "범생"이란 말이 욕이 아니고, 학교 체제에 순응하는 우등생이 자신은 날라리였노라고 바득바득 우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기였다. 그리 기세 등등하지 못했고, 중고생의 생활은 하나가 둘과 같았다. 불만스러운 테제는 누구의 눈에나 명료한 자태로 뻔뻔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변화의 조짐을 가져온 그것은 아주 신기하고도 황당한 방식으로 깔끔한 차림새의 사람들 가슴을 답답하게 옥죄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도 아니고, 특별이 튀어서 방망이 세례를 맞을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면서, 남이 다 하는 그런 방식은 교묘하게 피하는, 도데체 바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만을 품고 있고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그런 것이었다. 그 행동 방식에는 "개기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개긴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어, 하루하루의 권택함으로 무력해진 젊은 몸들, 일상의 억압들, 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온갖 스트레스를 버티는 삶의 요소들이 결합하는 생활 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 "별"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은 개기는 것이다. "때리면 맞죠"를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별"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개기려면 제대로 개기자.


  개기기가 가지는 의의중 하나는 명료하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에 대해 참을성을 기를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 구조 속에 익숙한 양분법의 구도, 대립된 것들의 순서쌍은 우리의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는다. 획일화를 꾀하는 폭력성, 권력의 아집은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적과 아군의 이분법은 다양한 주체들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등생과 지진아의 양분법 구도에 날라리라는 새로운 주체의 자리를 만들어 낸 것은 오랜 불만과 여러 "별"들을 고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며가야 할까? 학교가 재미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몸짓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학교를 거부하고 사회의 빈틈을 해집고 들어가 주유소나 노래방 등에 삶의 자리를 마련해 보는 "별"들도 있고, 교실 뒷자리에서 맨날 잠자는 것을 "일"삼는 "별"들도 있다. 언제가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후 "<서태지와 아이들>의 청소년 팬"들을 출현시킨 [대담형식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대담하게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청소년 팬들은 "태지오빠가 슬퍼할까봐", "태지오빠가 욕먹는 행동은 하면 안되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바른 생활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별"들을 편의상 "청소년"이라는 뭉툭한 이름으로 부르던 사람들의 단정일 뿐이다. "별"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내고,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별"들은 이미 오랜 병폐의 근원이었던 이분법의 사고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운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다름을 일삼는, 모두 튀어서 안튀는 것이 튀는 시간들을 겪어 보았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다수의 "별"들이여 재미없는 학교 문화를 신나는 것으로 만들자. 우리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소중한 것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생산자의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남겨 놀은 많은 것들 가운데, 함께하는 것의 위력과 다양성과 서로의 광기를 인정하면서도 공존하는 방식을 알고 있는 우리의 "별"들은 학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아직도 대중문화를 하위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열광하는 "별"들의 정서를 한 때의 철 없음으로 규정짓고 있다. 대중문화를 순수예술이라고 불리우는 여러가지 것들로 조합된 문화의 하위영역에 놓는 편견과 고정 관념으로 어우러진 현실을 극복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대응 전략은 대중문화를 문화산업 차원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자갈밭같은 중고등학교 문화풍토에 새로움을 불러보자. 문화산업의 기초를 마련해 가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학교에서 부터 시작하자. 학교에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고 "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으니 학교에서의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별"들은 자신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를 지겹다고만 하지 말고 수학여행이나 소풍, 점심시간의 방송 내용, 운동회, 극기훈련, 수련회, 생활관 등의 식상한 프로그램들에 새로움을 더하는 기획을 해보는 거다. 어머니 학교 다니실 때의 운동회 프로그램이나 "별"들의 운동회 프로그램이 똑 같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학급회의 시간에 "별"들만을 위한 작은 잔치를 기획해 보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한다.


  잘 개긴다는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힘없이 순응하지 않는 것. 자신의 권리와 즐거움들을 만들고 가꾸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간에서 무리하지 않게 "별"들만의 즐거움을 보장받는 소박한 공간을 마련해 보자. 입시에 쫏기고, 삶의 무게에 치이고 남은 시간에 "별"들이 할 일은 슬퍼하거나 방황하거나, 자신을 소모시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수용자가 될까, 어떤 방식으로 기획자가 될까, 어떤 방식으로 창조자의 대열에 합류할 것인가 하는걸 고민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실천의 장을 만드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다.
  "별"들에게는 잠재적 생산자로서의 수용자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생산된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스스로 자신이 생산한 음악의 소비자가 되어주기도 하는 즐거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하지 않은 "별"들, 창조적인 수용자가 되려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별"들이 많이 생기면 "청소년들의 심리"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단기적인 위안의 달콤함으로 이끌어 가려는 뭉툭한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들, <서태지와 아이들>을 마음대로 말했 듯 대중문화를 마음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별"들은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자유로운 문화, 창조적인 움직임을 좋아하는 "별"들이 모인 곳입니다. 청소년 이라는 이미지를 단정적이고 특정한 행동 양식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단어로 함부로 구사하지 마시고 "별" 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동참합시다.] 성찰적으로 받아들인 자신의 즐거움을 행사로 만들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고 더 이상 자폐적이지 않으며 활기에 찬 자그마한 무대를 학교에 세워보는 거다! 더이상 자기를 방관하거나, 무작정 개기지 말자. 답답함이 있으면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라는 공동체 문화의 장점을 살려 서로 상의하고 보듬어 주자. 힘들고 답답할 때는 "우리들 만의 추억" 이나 "교실 이데아", "필승" 등 마음을 담은 멋진 노래들을 큰소리로 불러보자 "별" 들은 비밀의 본질을 알고 있다. 자신의 속 깊은 곳에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대동의 장에서 얻어온 홍과, 남을 위해 잔치를 열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다양성과 질서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별"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뮤지션을 기리는 자신들만의 영웅을 가질 권리 ,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갈 권리, 형식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회원들이 먼저 예비문화 생산자가 되보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자유와 도전의 정신을 기리는일, 우리나라 대중문화 발전을 신도하는 부지런한 파수꾼이 되는 것은 적극적인 생산의 움직임으로 부터 시작될 것이다. 재미없는 학교 문화,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별"들이 신나게 만들자.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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