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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바보가 아니다 (문서)
by swee
조회 2011 (2011.11.06)  
날짜 1997-08-21 
시기(시나위~9집)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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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청소년_보호법_성명서.txt 

 

청소년은 바보가 아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이 글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의 입장을 담은 것이다.
우리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이하 서기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자유와 도전의 음악정신을 기억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과 건전한 청소년 문화 풍토를 일구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통해 올바른 대중문화상 정립에 기여하는 대중문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구성된 비영리 사회단체이다.
만 삼천 여명의 회원 가운데 약 60%가 청소년으로 구성된 서기회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과 그 실행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부러져버린 너의 그런 날개로 너는 얼마나 날아갈수있다 생각하나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네-

 

최근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대중 문화계의 각종 창작품들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하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불법 유입된 질낮은 만화와 각종 포르노 잡지들, 전방송 통신망을 통해 국경없이 넘나들며 계정을 가진 유저(USER)에게는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섹슈얼한 이미지와 사진들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지는 이미 오래이다.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폭력서클의 이름을 본따 일진회라 이름하여 일반인들에게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들어 버린 사건이 일부에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육체적 성장과 지적 성장의 발달 속도 차이에서 오는 불균형에 대한 어른들의 염려함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그것은 청소년들의 사회성 발달을 돕고 계신 그 분들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들을 검열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심한 복장 규제를 가하고, 심지어 라디오에 출연할 때 조차 청소년들이 그러리라 상상할 것이기 때문에 복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복장단정"을 요구하는 것의 당위성이 주장된 것은 지금, 1997년의 대한민국 밖에 없다. 일부의 잘못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일부를 보고 전체인 양 하며 이제 막 자리잡고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가려는 대중문화계, 만화계에 무차별적인 검열과 금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진정으로 청소년들을 위하고 보호하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
청소년 보호법의 내용이 궁금해서 사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학교에 달라진 것이 있나요?"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보호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뭔가 새로워졌나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청소년들은 아니요라고만 대답한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아니야, 너희는 지금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거야, 보호받고 있어야만 해" 하고 외쳐 보았자 "그것보다는 반말이나 좀..."하면서 자신이 하나의 존중받을 만한 인격체로 여겨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상처받는 요즘 청소년들을 보게 될 뿐이다.

 

 

 

"생활의 일부인 만화, 불손한 상상력의 세계에 존재하는가"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 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청소년 보호법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만화계이다. 만화는 다른 출판물에 비해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왔던 장르로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아침 등교, 출근시간 지하철 선반에 얹혀 여러사람의 손길을 거쳐가는 신문엔 만화가 반은 된다. 그 만화들을 언제나 붐비고, 종종 궤도이탈을 하거나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나기도 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문화이고, 부담없는 가격으로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오락이다. 이 만화에 불손한 상상력이 존재하는가.
한켠에서는 한국 종합전시장에서 만화박람회를 열면서 그 앞에서 진행한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달라는 사람들의 피켓팅은 경비의 손지검을 피해 뙤약볕 아래로 쫓겨나야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청소년 보호법의 이름 아래 가장 무차별적으로 상처입은 만화계는 <천국의 신화>를 그린 만화가 이현세씨가 7월 23일 음란문서 제조혐의로 서울지검 검찰에 소환된 사건을 필두로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친다는 류의 제목을 단 각종 반발성 기사들을 잇달아 접하게 했다. 만화가 생활일부가 아닌 사람들이 만화를 검열하고, 작품의 맥락 안에서 그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판단에 의해 창작의 노고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청소년들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보다는 오히려 "그게 사실은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부정적인 사각을 길러줄 뿐이다.
1997년 한국에서는 안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 보고 주인공 캐릭터가 팬시용품점에서 뱃지로 진열되기도 했던 "슬램덩크"가 지나친 폭력물로 간주되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성(性)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 주는 멋진 만화로 칭찬을 받았던 "짱구는 못말려"는 선정적인 만화가 되었다. 또,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이웃의 토토르"는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괴기물로 규정되었고, 세계 만화시장을 거의 정복해 버린 일본 만화 영화판에서 그 실력을 널리 인정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랴퓨타"는 음란물 판정을 받았다. 청소년 보호법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법의 이름으로 행한 만화에 대한 지금과 같은 방식의 검열과 규제는 좀체로 공감을 얻기 힘들 것 같다. 청소년은 바보가 아니다. 만화에 묘사되는 상황이나 장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를 정도의 바보는 없다. 무조건 자르지 않아도 그 나름의 상상력을 발달시키며 비판적으로 그 의미를 독해한다. 누구에게나 만화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그 안의 내용이나 장면들, 그 말이나, 발상이 일상의 평범한 경험을 뛰어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검열할 때, 이러한 요소들을 문제삼아 삭제나 폐기를 권유한다면 그것은 만화에게 만화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청소년 보호법은 그 취지대로 청소년들을 위해 적용되어야 한다. 법의 수혜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그 영향력을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한데, 다른 한 켠에서 창작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성인들이 그 법률안 때문에 "이러할 것이므로 네가 창작하는 장르의 특성을 포기하라"는 강요를 받고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것은 그럴싸한 빌미를 가지고 명백한 문화탄압을 자행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9시뉴스가 유해하다"

 

제 1장 총칙
  제 3조 매체물의 범위
  ⑥ 정기간행물의  등록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한 특수 일간신문(산업, 과학, 종교분야를 제외한다), 일반 주간신문(정치, 경제부분을 제외한다) 특수 주간신문(산업, 과학, 종교분야를 제외한다), 잡지(정치, 경제, 시사, 산업, 과학, 종교 분야를 제외한다)와 동법의 규정에 의한 정기간행물 중 만화, 사진첩, 화보류, 전자출판물,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유해할 수 있는 매체물의 범위에는, 즉 검열을 받을 대상에는 정치, 경제, 시사, 산업, 과학, 종교분야가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문화만 유해한가? 그 가운데 특히 대중문화만 유해한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따진다면 그것보다 오히려 9시뉴스가 유해하다. 권력자 아버지의 자식들은 국복무의 의무를 면제받았다가 그것이 밝혀지는가 하면, 당리당론을 내세우는 싸움꾼들의 모습에서 대통령을 장래희망으로 꼽는 초등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과학의 발달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간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서로 치사하게 다투고 있는지 보는 것이 더 유해하고, 사건을 보도하기 보다는 그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어떤 끔찍한 방법들이 동원되었는지 자세하게 보도하는 뉴스 멘트가 그러하고, 밤 열시가 넘어 아이들이 독서실에서 돌아올 시간에 벌어지는 토크쇼에서 주고 받는 입담이 더 자극적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보면,

 

제2장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유통 규제
   제10조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①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 결정시 당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에는 청소년에게 해로운 것으로 본다.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폭력적인 것
       3.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반 윤리적, 반 사회적인 것
       4.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또는 청소년의 건전한 정서를 해하는 것
       5.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등이 유해매체물로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데, 이 기준의 내용은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하는", "충동적인", "저해할 수 있는",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의 지극히 개인차가 심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청소년들은 존중받고 싶어한다. 아직 어른들의 눈에는 불안하고 보호해 주어야만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린애로 보이지만, 청소년들의 도덕성 발달 정도나 지적 발달수준은 그리 미약하지 않다. TV에서 통학복같은 옷을 입고 "행복"을 노래하는 이미 학교를 떠난 아이들, H.O.T를 보면 민망하다. 청소년은 멋진 무대를 보고, 재밌는 만화를 보고 참신한 발상에 감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만화에서만 남녀가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장면을 그리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것"으로 부터 "보호"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TV 드라마에서는 속옷만 입은 이승연이 CF를 찍는 장면이라는 줄거리의 CF모델로 분하여 야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위를 뒹굴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

 

청소년은 오직 그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건전한 인격체로 성숙할 수 있다. 그들의 판단력을 믿고, 그들 스스로의 시간운용을 허용하고, 그들의 정서를 상상하기 보다는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것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과 같은 대중문화의 기(氣)를 죽이는 차별적이고 주관적인 법률안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돕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는 우리 만화에 대한 무분별한 검열과 삭제, 청소년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모호한 내용이 적용되어 대중문화계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현재 모습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변화를 바란다.

 

하나, 만화계 및 대중문화계에 대한 무분별한 검열과 심의 중지
하나, 창작의 자유보장
하나, 방송 출연자의 복장규제 내용 재고
하나, 청소년의 판단력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 것
하나, 청소년들의 알 권리를 존중할 것

 

우리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다양한 생산시스템을 마련해가는 대중문화계의 발전을 바란다.

 

 

 

       1997년 8월 21일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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