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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크리스말로윈. (리뷰)
by 순간
조회 1708 (2014.11.10)  
게재일 2014-10-17 
시기 9집 
작성자 지니 (afx1979) 
출처 http://blog.naver.com/afx1979/220153937492 
출처구분 개인블로그 
내용구분 음악 
분량 전체 
link http://blog.naver.com/afx1979/220153937492 
CCL  
첨부파일 141017_서태지 크리스말로윈.jpg 

8집 모아이 때부터 서태지의 토탈 사커는 시작되었다. 음악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하나가 전부 훅인 총체적인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나의 스트라이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스트라이커인 음악. 모든 요소가 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그런 음악. 실제로 8집은 기존의 노래들과는 달리 사운드 전체를 훅으로 만든 그런 실험을 통해 새로운 대중성을 확보해낸 결과였다. 그리고 그런 토탈 사커로서의 음악, 모든 사운드의 잠재적 스트라이커화는 9집에서 더욱 밀도가 높아졌다. 그렇다. 9집 크리스말로윈의 특징은 그 엄청난 밀도다.

 

요즘엔 참 많은 음악들이 나온다. 그것도 싱글 단위로. 멜론이나 네이버뮤직의 순위 경쟁은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여기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가 막히게 좋은 멜로디를 뽑아내거나 기가 막히게 좋은 리듬으로 신나게 춤을 추게 해줘야 한다. 아니면 가사라도 재치있게 재미있게 써서 화제를 끌어야 한다. 서태지는 크리스말로윈에서 이 세가지를 전부 다 했다. 멜로디는 곡 전체가 다 훅으로 점철되어 있을 정도고 거기에 트로트 뽕끼 멜로디까지 추가했다. 리듬도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신나는 데다가 완급조절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사도 나름 이슈가 될 정도로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서 의미심장한 가사를 완성해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서태지의 신의 한수는 저 셋 모두를 전부 성공한 후에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밀도다. 8집보다 더 밀도를 높이는 것. 이것이 서태지 9집 콰이어트 나이트의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9집은 기본적으로 8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음악이다. 8집의 네이쳐 파운드는 9집의 일렉트로닉 리얼 사운드와 기본적으로 핵심, 본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아이도 얼마든지 일렉트로닉 리얼 사운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일렉트로닉과 록을 화학적으로 융합했다는 의미에서.

 

9집은 거기에 밀도를 엄청나게 업그레이드시켰다. 싱글로 승부해야 하는 음악 시장에서 단 4분 안에 무엇을 해야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멜로디, 리듬, 가사, 이런 것들은 다른 음악들도 다 하고 있는 거고 거의 기본이나 다름없다. 그것만으로는 확실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 음악들은 사운드 텍스쳐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빵빵한 사운드를 너도 나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팝은 이미 몇년 전부터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sm과 yg가 대표적이다. 서태지가 이번에 시도한 트랩이나 덥스텝은 이미 sm이나 yg가 케이팝에 도입했던 장르들이다. 나머지 그럴 능력이 안되는 기획사들은 섹시 컨셉으로 갔지만 말이다.

 

서태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승부는 사운드 텍스쳐에서 난다는 것을. 얼마나 빵빵한 사운드를 만드느냐가 지금의 음악씬을 지배하고 있다. 그에 대한 반발로 어쿠스틱 사운드나 복고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건 그만큼 사운드 텍스쳐의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그리고 9집, 특히 크리스말로윈은 이 사운드 텍스쳐 경쟁에서 먼치킨 급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괴물같은 곡이다. 단언하건데 이정도의 밀도를 가지고 있는 음악은 지금까지 한국 음악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에 사람들도 놀라고 있고 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음악은 일초도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 1초 1초마다 뭔가가 폭죽처럼 터진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온갖 장르들을 끌어모아 서태지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엄청난 밀도를 만들었다. 사운드 텍스쳐, 빵빵한 사운드를 만드는 전쟁에서 거의 반칙에 가까운 밀도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밀도가 음악적으로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거다. 너무 밀도만 높여서 음악적으로 망할 수도 있었지만 서태지는 오랜 실험 끝에 그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음악이 나옴으로써 다른 모든 음악들이 지루해질 거라는 사실이다. 원래는 안그랬었는데 크리스말로윈을 반복청취한 후에 다른 음악들을 들어보면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너무 많은 공간이 비어있고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걸로도 만족했지만 크리스말로윈 이후로는 이제 만족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심지어 같은 서태지 음악에도 똑같이 통용된다. 크리스말로윈 바로 전에 발표된 소격동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멜로디, 리듬, 가사의 기본이 잘 되어 있고 거기에 사운드의 다양함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나는 크리스말로윈의 진정한 마술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사운드의 난사가 아닌, 음악적인 한계, 그 경계선 안쪽으로, 스크라이크 존 안에 들어가면서 최대한의 밀도를 뽑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구성에 있다. 이 음악이 단순히 사운드의 난사인지 아니면 음악인지가 구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굉장한 멜로디, 리듬, 가사이고 굉장한 사운드들이지만 구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성이야말로 이 곡의 진정한 어려움이고 황금비율을 얻기 위한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들으면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자연스럽지만 이것은 치밀하게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구성이다.

 

여기 3분 48초가 있다. 이 안에서 놀아야 한다. 서태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답은 소름끼치게도 두곡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크리스말로윈에는 후렴이 두개 있다. 이 두 후렴은 각기 서로 다른 곡들에 써도 충분한 후렴들이다. 짧은 전주 후에 후렴이 하나, 그리고 곧바로 또하나 나온다. 1절과 2절은 어디로 간 걸까.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후렴 콤보를 이어주는 작은 브릿지들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 작은 브릿지들은 아주 짧기 때문에 사실상 1절이나 2절이라고 부를 수 없고 후렴을 잇는 역할만을 한다. 필요하다면 이 브릿지들로도 한곡을 더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진짜 브릿지와 랩까지 더해져서 비로소 곡이 완성된다.

 

긴장해 다들~이 후렴인 한곡.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게 좋아~가 후렴인 한곡. 그리고 짧은 브릿지가 나오고 두번째 후렴이 한번 더 나온다. 짧은 브릿지 한번 더. 진짜 이곡의 메인 브릿지가 나오고 랩이 나온다. 랩까지 브릿지로 봐도 좋을듯. 그리고 다시 첫번째 후렴.

 

좀 더 보기 쉽게 만들어보면 이렇게 된다.

 

전주-뽕끼 멜로디-후렴1-후렴2-작은 브릿지-뽕끼 멜로디-후렴2-작은 브릿지-메인 브릿지(뽕끼 멜로디+랩 포함)-작은 브릿지-후렴1-후렴 마무리.

 

이런 구성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것에 비하면 버뮤다의 구성은 지극히 전통적이라고 보여질 정도다. 질리지 않는다는 것은 덤이다. 왜냐하면 여기엔 후렴이 두개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후렴은 곡 전체를 통해 단 두번 밖에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만 두 후렴을 연속으로 썼지 그 다음부터는 아껴서 하나씩 한번씩 썼을 뿐이다. 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버뮤다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지능적인 플레이를 한 것이다. 보통 곡들은 후렴 하나가 세번에서 많게는 네번까지 나온다는 걸 생각해볼 때 크리스말로윈은 후렴 두개를 가지고 보통 곡들의 후렴 횟수인 4번을 채우면서도 동시에 한 후렴은 단 2번 밖에 플레이되지 않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혁명적인 발상이 있다. 하나는 앞서 말한 후렴 두개를 하나의 곡에 합쳐놓은 것이고 둘은 1절과 2절을 없애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훅은 두배로 얻고 지루함은 반으로 줄인 셈이다. 1절과 2절은 태생이 구제불능으로 지루하기 때문에 아예 퇴출되었고 대신 후렴을 두개 넣어서 보통 곡의 두배의 훅을 얻었다. 후렴1과 후렴2, 그리고 랩을 포함한 브릿지 하나로만 곡을 만들면 엉망진창이 될 게 뻔하다. 여기서 이 곡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작은 브릿지들이다. 총 세번 나오는 작은 브릿지들은 연결고리 역할만 하면서 그 자체로 세번째 곡으로 만들만한 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거기다 전주와 뽕끼 멜로디에 후렴 리프라이즈까지 해서 4분 안쪽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의 다양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3곡의 멜로디를 이어붙인 듯한 이 곡에 통일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후렴1과 작은 브릿지와 메인 브릿지(랩은 제외)는 같은 리듬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후렴2인데 원래는 전면에 드러나있는 으쌰으쌰 리듬이 후렴2에선 바닥으로 숨었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후렴1로 시작해서 후렴1로 끝나는 수미쌍관식 구성이다. 시작과 끝이 똑같으니 같은 곡이라고 볼 수 밖에 없고 통일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거다. 이것도 정말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이곡은 8집에서의 버뮤다와 틱탁 두곡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아이를 소격동이라고 한다면) 인상을 준다. 한곡에 두곡 이상을 집어넣었으니 안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크리스말로윈은 음악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밀도다.

 

 

 

 141017_서태지 크리스말로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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