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아카이브
업로드
 l  리뷰  l  기록  l  정보  l  기타
[스타세이] 이재수의 난 VS 서태지의 화 (기타)
by 롤롤
조회 2132 (2014.06.21)  
게재일  
시기 6집 
작성자 강명석 
출처 태지존 
출처구분 팬사이트 
내용구분 대중문화, 사회쟁점 
분량 전체 
link  
CCL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 
작성자   : 강명석  조회: 1043, 줄수: 85, 분류: Etc.
[스타세이] 이재수의 난 VS 서태지의 화
요즘 이재수와 서태지간의 '컴백홈' 패러디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이재수측에서는 '패러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적 상황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서태지측에서는 패러디의 문제가 아닌 저작권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그러들기는커녕 서태지가 자신의 홈페이지(www.seotaiji.com)에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글을 '태지의 話'라는 제목으로 올리고, 이에 이재수의 매니저가 입장을 정리한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격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패러디와 저작권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사건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둘은 각자 다뤄야할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비튼다

패러디와 저작권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패러디는 원래 있었던 창작품을 기초로 그것을 새롭게 변형하여 또 다른 창조를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고, 저작권은 그 창조물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패러디를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창조물을 변형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기업이나 단체에게 그것의 승인을 받아야만 패러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창조물에 대한 허가받지 않은 리메이크나 부분 발췌등이 모두 마음대로 사용되어 저작권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한 법, 사전적 설명들은 서태지와 이재수의 팬사이트에 있는 각종 정의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패러디의 상당수는 그 창조물이 가지고 있는 희화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의도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비트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창조물이나 그 저작권자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패러디는 그 근원자체가 다분히 대중문화의 수용자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각 연예인의 팬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각종 개사곡이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플래쉬 애니메이션등은 굳이 따지자면 저작권 침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대중문화의 수용자가 창작물에 대해 보내는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인물을 풍자한 시사 코미디나 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보이는 패러디 작품마저 금지된다면 그것은 수용자와 창조자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중문화는 그냥 한번 팔고 사면 끝나는 공산품이 아니라, 수용자에 따라 얼마든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이 다시 생산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업성여부

그렇기 때문에 패러디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것이 패러디 되었을 때 저작권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 된다. 세계에서 저작권 문제가 가장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패러디 작품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대형 영화사나 음반사라도 문제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인터넷 서핑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사우스 파크'나 '심슨스', 혹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I'등을 패러디한 작품들은 거의 팬들이 만든 무료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상업적으로 만든 모든 패러디 작품들은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이것도 상당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우선 한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은, 여기서 '상업적'이라는 것은 완성도에 상관없이 그 패러디로 인해 돈을 벌게 되는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은 원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재수가 스콜피온스의 'Still loving you'를 무료로 인터넷 상에서 퍼뜨리고, 본인이 어떤 금전적인 이익을 얻지 않을때는 저작권자의 허가나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지만, 일단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음반을 제작했을때는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해, 복잡해

그러나, 이 상업적인 패러디도 여러 가지 성격으로 나뉘어지고, 이들 중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거나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정치인의 성대모사 같은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풍자가 나왔고, 정치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코미디언들이 나왔지만 그들이 해당 정치인에게 허락을 받았을리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패러디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정말 새로운 창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성대모사의 경우, 그것은 엄밀하게 말해 어떤 한 사람의 행동모습이나 말투를 흉내내는 것 뿐이지, 그 사람이 창조해낸 것들을 따라했다고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말투를 흉내내는 것도 저작권에 침해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투나 행동양식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고, 또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흉내를 낸다하더라도 그것은 특정 정치인과 '닮은' 사람의 모습일 뿐 그 사람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웃음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성대모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그 내용들이 비록 해당 정치인들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해도 그것들은 모두 코미디언이 새롭게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패러디라기 보다는 코미디언의 새로운 유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가수가 다른 가수의 창법을 그대로 가져온다 하더라도 그 창법으로 부르는 곡 자체가 전혀 다른 곡이라면 그것은 표절이나 패러디가 될 수 없듯, 이런 성대모사 역시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을만한 패러디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성대모사의 정도가 지나쳐 그 정치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다면 몰라도, 저작권으로 이를 문제삼기는 힘든 것이다.

또한 이 비슷한 경우로 각 언론에서 쓰는 헤드라인의 패러디나, 책 제목에서의 패러디가 있다. 예를 들면 한때 인기를 모았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책 제목을 여러 언론 기사의 헤드라인이나 카피로 쓰는 것 등이다. 이런 경우는 아직 간단한 문구에 대한 패러디의 저작권 문제가 확실하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동시에 이런 책 제목이나 어떤 문구의 패러디들은 그 패러디한 문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어떤 기사에서 '스무살, 잔치는 시작됐다'라는 식으로 쓴다해도 기사의 자세한 내용이 없다면 그것은 어떤 반응도 일으키지 못할 말장난에 그칠 것이고, 어떤 상업적인 이익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요즘 서태지의 팬 사이트에서 종종 패러디의 예로 쓰이곤 하는 진중권씨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각광받은 것은 책제목의 패러디 자체가 아니라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란 책이 담고 있는 내용자체를 분석하고 그것의 반론에 해당되는 내용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그 책을 패러디한, 진중권씨가 100% 창작한 책의 내용물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패러디의 범주는 보다 좁아진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원작의 내용물을 직접적으로 쓰거나 그것을 임의로 변형하여 썼을 때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통념적인 범위에서 일회적으로, 창조적인 내용 속에서 패러디 되어 새로운 의미나 재미를 주는 패러디는 원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으로 직접적인 수입을 올린다거나 그것이 상당히 오랫동안 컨텐츠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는 것이 상식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시트콤에서 에피소드 중간중간 잠깐씩 사용하는 패러디는 허락을 받지 않을수도 있지만(물론 이경우에도 패러디를 가장해 에피소드 전체를 원작의 내용에 기대 만들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패러디를 통해 관객을 모으겠다는 분명한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패러디영화는 원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패러디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어떤 창작품을 사용할 때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실제로 한국 CF에서도 이전에는 외국 영화의 패러디가 빈번하게 있었으나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의 패러디 영화들은 모두 자신들의 영화사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원작자의 허가를 받는다.

이재수의 난

그렇다면 이재수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원칙적으로 이재수는 패러디가 불가능하다. 원작인 '컴백홈'의 음원이 실려있는 것은 물론, 그것을 임의로 변형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내용이 패러디의 내용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저작권을 행사했어야 정상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재수 스스로 '컴백홈'의 음원과 가사를 사용하지 않고서 자신의 창작으로 '컴백홈'의 내용을 패러디하는 노래를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재수의 변호사가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예로 든 얀코빅은 해당 뮤지션의 곡을 직접적으로 패러디 할 경우 반드시 허락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뮤지션의 곡이나 가사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이 만든 곡과 가사로 어떤 대상을 풍자하거나 패러디하기도 한다. 그리고 패러디는 아니지만 비틀즈의 곡은 리메이크가 아니면 절대로 원곡이 사운드트랙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의 주 멜로디에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하도록 허가해준 스팅은 그전까지 리메이크를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떤 창작품을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려면, 그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고, 그것이 미국에서도 오직 얀코빅만이 패러디 가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정도의 음악성을 인정받은 얀코빅이기 때문에 원곡의 저작권자들이 그를 믿고 허가를 내준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패러디가 얼마나 잘 됐느냐 못됐느냐, 서태지가 패러디를 용인하느냐 용인하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서태지가 과연 이재수에게 패러디를 허락했느냐는 것이다. 만약 서태지가 패러디를 허락한 상태에서 '저작 인격권'으로 이재수측을 고소했다면 서태지는 정말 속 좁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패러디에 대한 허가를 내주었다는 것은 패러디 뮤지션이 어떻게 음악을 바꿔놓아도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물론 명예훼손을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태지의 주장에 따르면 서태지는 절대로 음원의 사용을 허락한적이 없다고 한다. 내용증명까지 했다하니 그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이것은 패러디에 따른 명예훼손이나 인격모독이 아니라 저작권의 무단사용으로 판매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을 신청하면 될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저작권이 허술한 나라라지만 허가하지 않은 저작권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서태지는 이름도 생소한 '저작 인격권'에 대해 이재수측을 고소했고, 이재수측은 원작자의 허락을 받았는가의 여부는 확실하게 말하지 않은 채 '법적인 절차'를 밟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작권법 맞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저작권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정식으로 발표된지 1년 반이 지나면 저작권협회를 통해 원곡을 재녹음할 수 있는 권리를 살 수 있다. 즉, 원작자가 허락하지 않더라도 저작권협회의 판단에 따라 저작권사용을 승인하고, 그에 따라 원작자에게 어느정도의 인세만 지불한다면 누구나 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재수측이 사전승인도 받지 않은 채 음반을 발매했고, 사후승인도 받지 않아 사후승인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저작권협회가 사후승인을 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냉정하게 말해 서태지의 주장이고, 현재 상황에서 이재수는 '컴백홈'에 대한 패러디를 할 수 있는 저작권을 획득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태지는 모든 저작권에 대한 위반으로 이재수를 고소하지 못하고 '저작 인격권'으로 고소하는 것이다. 서태지의 팬들이 들으면 화날 얘기겠지만, 현재상황에서 이재수는 저작권의 문제에 대해 정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태이고, '저작 인격권'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승소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저작인격권'에 대한 고소라는 부분에만 한정한다면 서태지는 정말 패러디조차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눈여겨봐야할 것은 이런 '현재'의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을 따로 나누어 고소해야하는 한국의 저작권이 처한 상황 그 자체이다. 사람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오해하기 쉬운 문제 중 하나가 '저작인격권'을 '저작권'과는 다른 성격의 권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저작인격권'도 저작권법에 속하는 저작권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인격권'은 좀처럼 쓰이지도 않고, 그만큼 일반인들도 그 개념을 알기 힘든 권리일 수 밖에 없다. 보통 저작권자가 누군가에게 저작권을 허락해 주었다면 어지간해서는 '저작인격권'을 동원할 일이 없다. 지나치게 심한 명예훼손이 있거나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저작권료까지 받은 마당에 그런 부분까지 짚고 넘어갈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을 위반했다면 저작권 전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서태지는 그것을 나누어 소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신은 분명히 허락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곡에 대한 사용권이 넘어간 상태이니 '저작 인격권'으로밖에 소송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뮤직비디오에 대한 패러디가 불쾌해서 소송을 걸었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패러디가 아니다

물론 서태지가 저작권을 허락한 상태라 하더라도 이재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기분나빠했을 수도 있고, 똑같이 '저작인격권'으로 소송을 걸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논점에서는 조금 벗어난 문제로 생각된다. 서태지와 이재수의 문제는 패러디를 잘했느냐 못했느냐의 문제 이전에 패러디 자체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패러디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의 저작권은 웃자고 만든 패러디조차 공개되지 못하게 하는 '공격적'인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사용허가라는 최소한의 절차라도 지킬 수 있게 만드는 '방어적'인 권리라고 해야할 것이다. 물론 지난해 전 세계의 화제가 됐던 무료 MP3 교환사이트인 냅스터를 둘러싼 논쟁에서 메탈리카와 닥터드레등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냅스터 반대의사를 밝혀 '음악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대중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이 관련된 문제를, 아직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검증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그들의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지 저작권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아니었다. 상업적으로 남의 곡을 이용하는데 원작자의 동의를 얻고, 그에 따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것은 사고 싶은 물건은 '주인'과의 협상을 통해 돈을 주고 사야한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방어적인 저작권

특히 한국은 이 '방어적'인 권리로서의 저작권이 더욱더 부각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작권이라는 개념자체가 모호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짜 국민가수' 조용필은 옛날 전성기에 발매한 앨범들의 저작권을 자신이 확보하는 '당연한' 계약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에 베스트 앨범 발매시 옛 레코드사에서 다시 그 곡을 사오는 웃지 못할 일을 당했었다. CF에 인기 뮤지션의 곡을 쓰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돈을 지불하는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웃자고 만든 패러디 음악에 그렇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또한 여전히 물질에 비해 음악이나 영화 같은 정신적인 생산물은 '그것 하나쯤 만드는게 뭐 어렵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자체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또 어떤이는 이미 미국에서는 'Copy right'에 대항하는 'Copy left'(창조자의 권리를 뜻하는 'Copy right'와는 반대로 창조작에 대한 공유를 주장한다는 의미)가 나오고 있는데 무슨 저작권 주장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웃자고 만든건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따지고 드냐, 따지니까 더 얄밉고 재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저작권은 미국처럼 창조자의 '독점'마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 저작권자의 허락마저도 받지 않아도 사용권을 얻을 수 있는,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켜주기는커녕 뺏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단 패러디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일일 수도 있다. 지금의 법대로라면 어떤 제작사가 나온지 1년반이 지나도 꾸준히 팔리는 가수의 음반을 무단복제해 팔아도 저작권협회의 승인만 얻으면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쏟아져 나오는 컴필레이션 음반들과 함량미달의 리메이크곡들이 쏟아지는 것 역시 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저작권법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말 심하게 얘기한다면, 저작권협회 자신이 회사를 차려서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마음대로 음반을 찍어내도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것이 지금 한국의 상황이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것일까. 뮤지션의 권리찾기니, 거대 기획사에 대한 저항이니 하는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한국에서만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저작권을 살리자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서태지가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이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직 사건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수측은 음원의 사용권을 획득했고, '저작 인격권'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들을 통해서 대중들이 뮤지션의 음악만들 자유와 그것을 지킬 권리를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그것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뮤지션의 보다 정당한 권리찾기의 길은 가까워질 것이다.

글/ 강명석 (LENNON@hitel.net)-Member of T.C

 l  리뷰  l  기록  l  정보  l  기타
번호 게재일 내용구분 분류 제목 작성자 분량 조회
318
2000-09-26
공연
리뷰 6집 mbc 음악캠프 사전녹화 후기7
하늘베개(송희숙)
전체
1411
317
2000-09-26
공연
리뷰 6집 mbc 음악캠프 사전녹화 후기6
울림새(이미화)
전체
1399
316
2000-09-26
공연
리뷰 6집 mbc 음악캠프 사전녹화 후기5
NY1278(김선재)
전체
1488
315
2000-12-25
기타
기타 "서태지 6집 앨범 자켓" 그 상징의 비밀들.. 1
..
전체
3275
314
1996-09-29
대중문화, 사회쟁점, 기타
기타 태지사랑에 대한 회상
babylisa(공영대)
전체
1686
313
2004-06-30
공연
리뷰 원주제로투어 - 여러분들은 최고니까 저도 최고가 되려... 1
키엘
전체
2236
312
1996-01-18
음악, 팬입문기
기타 태지들을 만난 네번의 첫느낌
CHANEL05(최원선)
전체
1596
311
2008-07-29
음악
리뷰 30대 아마추어 작곡가의 감상(모아이 싱글) 1
똥싸개
전체
2004
310
2010-02-19
기타
기록 심포니 디럭스팩 발매일의 긴박한 시간대별 품절 상황
정리벽
전체
1550
309
음악, 기타
기타 태지-그 절망끝의 희망 한자락. 1
대경성시민
전체
1822
308
대중문화, 사회쟁점, 기타
기타 미디어의 오보를 정정한다 해도 10에 아홉의 생각을 바...
KISORU
전체
1429
307
2007-12-26
대중문화, 음악, 인물탐구, 기타
기타 서태지 원로가수.. 개인적인 유감 1
So....
전체
1882
306
1996-03-16
팬입문기
기타 이곳이 우리들의 처음 시작이야
워니
전체
1452
305
2000-09-09
음악
리뷰 [감상] 서태지 - 어게인스트 더 콘
N5141
전체
1449
304
1997-06-28
대중문화, 인물탐구, 기타
기타 서태지와 왕가위의 공통점에 대해서..
field(유연식)
전체
1762
303
2000-09-13
음악
기타 서태지는 운좋은 천재가 아니다
퍼온 분: 동완불패
전체
1908
302
2000-10-05
공연
리뷰 슬래머로 간 메사사전녹화
손경화
전체
1361
301
2000-10-05
공연, 기타
리뷰 6집 메사 사전녹화 후기
OURKIDS(박상협), NY1278(김선재)
전체
1485
300
1997-08-06
인물탐구, 기타
정보 서태지 인터뷰-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dlauddn(이명우)
전체
2057
»
대중문화, 사회쟁점
기타 [스타세이] 이재수의 난 VS 서태지의 화
강명석
전체
2132
Tag

Top
ID
Passwor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