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레드태지 [ taiji ] Vote: 183, Hit: 984, Lines: 82, Category: Etc.
[To.]태지에게 전하는 사소한 이야기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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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태지에게 전하는 사소한 이야기 몇 개..
새벽녘부터, 몇 번이나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되돌리고, 되돌리고 하기를 거듭했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기에 앞서 늘 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까닭에, 이제 우리가 떠드는 이 수많은 이야기들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쌓이고 쌓인 많은 생각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참, 힘들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늘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 나와 같은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을 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조금은 조바심 섞인 마음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비단 네 주변에서는 한 두 건으로 끝나지 않을리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그늘속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비일비재하게 터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번 비디오 리콜 문제가 타졌을 때만 해도, 제일 걱정되었던 건 앞으로 더욱 심해질 너에 슈퍼 초 울트라 프로 근성이었다. 활동때에도 공연 편집에서부터 음반사와의 계약, 방송국과의 합의문제까지 일일이 다 네가 나서서 처리하고 그랬는데 - 그래서 측근들로부터 '최고의 참모진'을 구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게 했었는데, 전문가의 손을 거친 마스터 테잎에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발견되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선, 참모진은 커녕 이젠 아주 사소한 마지막 마무리 하나하나에까지도 네 깐깐한 손길을 거치게끔 만들고야 말겠구나 싶었다.
괜한 투정이라는 거 알지만, 좀.. 억울했다.
한 달 넘게 힘들여 편집한 비디오, 전문가 분들 이왕에 하는 거 마지막까지 신경 좀 써 주지,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태지를 더 빡빡하게 조여놨구나,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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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알아버린 서태지.."
활동 초창기, 한창 멋모를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이제 저희는 어른들을 믿지 않아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한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앞으로 철저하게 고립될 네 운명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비단 스텝이라는, 지극히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에게뿐만이 아닌, 팬들에게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될 너에 운명이라는 것이 너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드는 것 같았어.
함께 일하던 동료가 결코 네게 상관이 없다 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서 이렇게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10년이란 세월 동안 서태지라는 인물의 일거수 일투족ㅡ 너에 목소리, 너에 필적, 너에 몸짓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겐 모조리 "돈" 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너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그러한 사실에 대해 일찌감치 단념하고, 오히려 이제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당찬 프로근성을 보여줘서 그것이 못내 안쓰러웠지만, 그러나 든든하기도 했었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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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숱한 사람들이 "돈"으로 보아 온 너에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수요자가, 다름아닌 바로 '우리들' 이란 것 때문에 이렇게 너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 우리를 받아들이는 너, 모두가 함께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우리들 흔히 '측근'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태지보이스로 활동하던 그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매니저들조차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가수로써가 아닌 인간 정현철로서 어떠한 생활을 해 나가는지 팬들만큼이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
네가 그렇게 모든 상황을 고려하며, 상상도 못할만큼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나온 신중하고 또 신중한 행동만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
그러나 이제 앞으로 너는 지금보다 더욱 더 철저하게 차단되고, 사적인 것에 관한 한 훨씬 더 높은 벽을 쌓아둔 채 세상속에서 사람들과 살아나가겠지.
이제는 필요로 인해 녹음했을 MD까지 일일이 수거해 폐기처분 시켜야 하는, 그러한 수고로움까지 겪어야 하겠지. 그리고 앞으로는 더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더 많은 거리감을 두려 애쓰겠지. 그렇게.. 더 혼자가 되겠지.
원치 않는 일이지만,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서태지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인물이니까..
몇몇 소수의 팬들에게만 허용된 부당한 특권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는 너는 더 공정하게, 아파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더 전쟁같은 일상을 만들어 나갈꺼야..
하지만..
그것은 네가 선택한 길이기에, 무대 위의 또 다른 너인 서태지라는 인물을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만 하는 네 역할인 것을, 너도 알고 그리고 우리도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아프지만 이렇게 매몰차게 말할 수 밖에 없는거야.
"인정하라"고.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 사람들은 절대로 생각만큼 따뜻하고 양심적인 동물이 아니란 사실, 그리고 이유도 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하는, 이해할 수 없는 수 없는 사람들이 네 주위엔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네가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이미 알아버렸다는 사실.
뒤틀린 세상 속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실된 모습으로 서 있으려는 너를 향해, 온갖 이기주의로 무장한, 너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아닌 건 아닌거다." 라는, 틀에 박힌 얘기만으로 명분을 쌓고 목청을 돋우고 있는데..
네게 집착하기 시작한 우리와, 결코 녹녹치 않은 현실과의 사이에서 이미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넌 양쪽을 다 수용하기 위해 너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는 거..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로 명쾌한 해답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이라는..
아프지만, 힘들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그리고, 우리.. 절대로 포기하지 마.
P.S)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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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빙 기간 : 2019년 7월~8월 / 옮긴이 : 서태지 아카이브 프로젝트팀, 태지매니아 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