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에꾸 [ taiji ] Vote: 181, Hit: 794, Lines: 205, Category: Etc.
나는 떠나지 않는다...
작성자 : 에꾸 추천 : 32, 조회 :365
나는 떠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이 있다
그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건을 바라보며 함께 힘들어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진실을 말한다고 한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며
다른 누군가는 진실을 모르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
소리 높힌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무수한 시각들이 있다
그 무수한 시각들에 대한 또다른 무수한 입장들이 있다
한번 시작된 언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말이 말을 낳고
추측이 추측을 낳고
오해는 오해를 낳아
모두가 진실을 말한다는데도
그 어느것도 믿을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무엇때문에 이처럼 소리높혀 외치는지 잊어버리고
우리가 왜 이곳에서 머물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어느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허덕이다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던 사람의 본질까지 의심하며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군요'
'우리라는 말을 믿었는데.. 우리는 함께하는 존재가 될 수 없군요'
라는 말을 남기며
하나둘 작별을 고한다
오늘밤
참 많은 사람들이 작별을 고하고 있다
사건이 생길때마다 어김없이 다툼이 일어나고
하나둘 떠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래도 언제나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더 오래 남아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보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들어야 하고
더 많이 아파해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남는 사람은 남는다
남아 있는 것이 힘든 사람들은 떠나도 좋다
힘들때는 온라인의 혼란한 상황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
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아직은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 사람들은
좀더 굳세어 지자
남아 있는 자들은 앞으로도 더욱 아파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보드가 주었던 기쁨에 비례하여..
아니.. 그 기쁨보다 더 큰
슬픔과 고통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끝까지 그 파란을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은
좀더 강해지고 현명해지는 수 밖에 없다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열고 돌아왔을때
그때도 변함없이 거칠고 황폐한 마음들에 상처받아 돌아서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했던 이 집을 더욱 정성스럽게 가꿔나갈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떠나는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떠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남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위로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많이 지쳤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서로 충분히 힘들어했다
아직도 다툴 힘이 남아있는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잘못을 저지른 집단'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단죄하여 우리의 울타리에서 쫓아내 후엔
이 보드에 평화가 돌아올까?
모두가 외쳐대는 진실이라는 것을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과연 발견할 수 있을까?
너무나 명명백백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객관적이고 공정하여
모두가 두 말 없이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체', '진실'이라는 것은 없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그대로 이 사건의 '실체'요 '진실'이 된다
설사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믿고 있는 그 사람에게 그것은 진실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개입되고 무수한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만가는 상황
속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입장.. 자신의 편만을 두둔하며 끝없는 소모전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일까..
제 마음 하나 헤아리기가 힘든 것이 사람이더라
하물며 정체불명의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지
정답없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이 상황이 한숨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이 시간을 극복하고 나면 다시 함께 웃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하리라고 믿기에..
아니..
그 믿음만이..
우리가 다시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 생각하며
두서없이 어지럽기만 한 글을 맺는다
모두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보드에서
내 삶의 어려운 시기에서 큰 위안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고
다시없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나는 이 보드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곳을 함께 할 사람들의 가능성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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