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솔직히 말해서 9집이 그닥 듣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 그냥 지나가는듯 듣다가 새롭게 전율하고 만다. 작곡을 너무 잘한다.
+해서 느끼는 건 40대 중반인데 아직도 젊은 감각을 가지고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것.
유희열이나 윤상등도 기적같은 작곡가들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이들이 20대(=작곡/음악공부(연습) 한창 하던 때)에 습득한, 터득한 자신만의 기술을 반복할 뿐이다. 결국 80년대 뉴웨이브와 화성학적 정교함과 데이빗 포스터류의 편곡과 멜로디 메이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윤상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유일하게 그나마 신해철이 이들보다는 서태지에 근접했다고도 보이고...
여하튼 40대 중반이 이런 감각을 가진다는건 크리스탈이나 설리를 능가하는 외모와 몸매와 젊음을 가진 여자가 알고 보면 나이 40인 것과 거의 마찬가지 수준의 일이다. 김연아가 20대부터 40대까지 올림픽 금메달 5연패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는 결국 루피에 그친다. 사황도 아니고 칠무해도 아니고 삼대장도 아니다...
영미권은 말할것도 없고 일본만 하더라도 서태지급 아티스트가 수십팀은 되는 듯 하다.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토.토가를 보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 무식한 쿵짝 리듬에 뽕끼 얹은 발라드 풍 멜로디 얹고 춤 잘추고 외모 되는 (그리고 노래는 대충 립싱크로 때우는) 애들 방송에 내보내면 몇억씩 벌던 시절(십만장만 넘으면 1억 벌던 시절이라고 함)그래도 기적처럼 서태지나 신해철 같은 그래도 어느정도 진짜를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있었다는 것 말이다.('음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선 그들이 어떤 부류의 대중의 행복에 기여한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천편 일률적인 말이지만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서태지의 팬은 아니지만 대중 음악 중 음악적으로 날 백프로 만족시키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단 한명의 한국인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실력자가 같은 한국인이고 같은 시대를(물론 세대/나이차는 있겠지만) 살아왔고 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정말 후배 뮤지션들에게는 에너지가 된다. 정말 병신같은 글이지만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 전하고 싶어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