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8x년 겨울.
메틀 키드인 저는 친구 아버님이 세종문화회관에 근무하셔서 시나위, H2O등 각종 공연을 공짜로 맨 앞줄 정가운데서 보는 행운아였어요.
그날은 그닥 좋아하지 않던 신촌블루스 공연이 저녁 7시에 별관에서 있었는데 클래식까지 닥치고 보던 때라 맥주도 먹을겸 광화문에 나갔습니다.
좀 일찍 나가서 늘 하던 대로 교보문고 맞은편 비바X 경양식집에서 돈까스에 맥주를 먹고 나왔는데 글쎄,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서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상태인겁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간신히 별관에 도착, 입장하니 저희 둘 포함 총 13명의 관객이 있었습니다.
한영애씨가 이런적은 처음이라고 인증해줬던 공연인데 게스트로 'Far Beyond the Sun'의 장인 이중산씨가 나오더군요.
여지없이 잉베이 곡을 휘갈기고 나서 멤버 소개를 하는데 이태원 롹월드에서 중학생 꼬마가 기타를 예쁘게 쳐서 데려왔다면서 베이시스트 소개를 하는데 이름이 현철이(맞죠?)라며 자기가 베이스를 메고 꼬마한테 기타 연주를 시킵니다.
우드스탁이나 롹월드를 가끔 가서 저도 안면이 좀 있는 아이였는데 역시 잉베이의 'Coming Bach'를 연주하더군요. 많이 떨린다면서.
훗날 신대철씨가 스틸을 해가서 시나위로 데뷔하기 전에 이중산씨 밴드에서 프로로 데뷔한 서태지.
진짜 데뷔 모습을 13명만 봤는데 저도 포함되어 참 신기합니다.
H2O 1집 공연때는 항상 그렇듯 딜레이가 되어 6시 공연인데 8시 시작.
7시 50분쯤 맨 앞자리 정가운데에 앉았는데 옆에서 레이저빔이..
알고보니 팬클.럽인데 새벽 6시부터 줄서서 들어왔다고..